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는 줄고 반전세는 늘었다

김기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03 15:44

올해(1~7월) 준전세 1만 6453건… 지난해(1만 2699건)보다 29.5%↑



하반기에도 월세 전환 심화될 것… 세입자는 월세 부담에 시름

2021080301000124800004661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1~7월)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초기 단계에 흔히 나타나는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현상) 거래량이 대폭 늘어났다. 내년에도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세입자들의 주거질이 나빠지고 계층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건수는 6만 3924건으로 전년 동기(8만 2673건)보다 22%가 감소한 반면 월세(반전세)는 3만 4375건으로 전년 동기(3만 2866건) 대비 4%가 증가했다. 특히 높은 보증금에 낮은 월세로 계약하는 준전세 거래량 증가 속도가 빠르다. 올해(1~7월)에만 1만 6453건으로 지난해(1만 2699건)보다 29.5%가 늘었다.

월세(반전세)는 준전세와 준월세로 구분된다. 흔히 반전세로 통용되고 있지만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경우를,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 구간인 경우를 뜻한다.

100% 전세보증금을 주고 받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보증금을 낮추고 낮춘 금액만큼을 월세로 전환해 받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A 아파트 전용면적 84㎡가 전세 5억 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면 준전세는 보증금 4억 5000만원에 월세 33만원으로 계약하는 형태다.

반전세로의 전환 추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저금리, 세금 부담 등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의 활용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기에는 전세보증금으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서 이자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이전에는 부동산 레버리지를 높이는 데 전세보증금을 활용했던 방식이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취득세·보유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지난 5월 전체 임대차 계약 20건 중 절반인 10건이 반전세 계약으로 진행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역시 지난 5월 전월세 거래 건수 총 44건 중 월세가 21건이었고 전세는 23건이었다. 지난달에도 총 19건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계약이 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금천구 e편한세상독산더타워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전월세 계약이 총 8건 완료됐고 그 중 월세가 6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월세 계약 총 4건 중 월세 계약은 1건에 그쳤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전세는 사라질 것이란 시각도 나왔다.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입자는 본인에게 불리해도 매물이 많은 월세를 선택해서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주인도 월세 계약이 순탄히 성사되면 전세 계약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강동구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때문에 집을 팔 순 없으니 그나마 현금이라도 쥘 수 있는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고 간다면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까지도 반전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반전세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재정적 여유가 있는 임대인이라면 월세를 받는 게 전세보증금을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또 "전세는 부동산 레버리지를 높이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불가능해보이고 하반기나 내년까지 반전세 전환 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하반기에도 반전세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저금리 시대라 집주인은 월세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세입자 입장에서도 과도하게 오른 전세를 소화하지 못할 경우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 월세로 돌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giryeong@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