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하세요"...증권사, 공모주 마케팅으로 장기고객 '포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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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증권사들이 공모주 시장서 신규고객을 포섭하기 위해 야간 청약이나 청약 환불금 재유치 등 각 사의 경쟁력을 내세운 전략을 내놓고 있다. 고객 맞춤형 마케팅으로 중장기적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온라인 공모주 청약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했다. 청약 첫날 온라인 청약에 한해서다. 상대적으로 낮 시간을 활용하기 힘든 2030세대가 증권시장에 많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삼성증권의 온라인 청약시간 연장은 다음달 7일~8일 청약이 예정된 ‘차백신연구소’부터 적용된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단독 주관 뿐만 아니라 공동 주관, 인수단 등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야간 청약을 적용할 예정이다.

통상 증권사들은 공모주 청약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한다. 공모주 야간청약은 국내 증권사 중에선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먼저 실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0년부터 첫날 공모주 청약을 10시까지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단독 주관 말고도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공모주 청약도 야간에 가능하다.

KB증권은 최근 공모주 청약 고객들을 위해 중·단기 자금운용에 도움을 주는 특판상품을 내놨다. 하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시장 금리에 추가 수익까지 추구할 수 있는 투자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KB증권에서 공모주를 청약한 고객 가운데 지난해까지 KB증권에 계좌가 없었던 신규고객과 1년간 총 자산평잔이 10만원 미만인 휴면고객이라면 누구나 매매할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은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지점이나 전화 청약 시엔 기존처럼 5000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존에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해왔지만, 최근엔 약 2000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조정했다. 공모주 청약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산시스템 서버 관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증권사들은 공모주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계속해서 내놓을 전망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공모기록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누적 공모 금액은 9조원에 육박한다. 연내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차백신연구소, SK리츠 등의 상장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은 공모금액과 시가총액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대어급과 특성을 지닌 중소형 기업들의 상장이 예고돼 있어 공모주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사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공모주 청약을 통한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증권사들은 대어급 공모주 청약에 맞춘 이벤트를 주로 진행해왔지만, 최근에는 투자자 맞춤형 유치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여기에 있다.

특히 하반기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공모주 투자가 줄어든 양상을 보이면서 코스닥 중소형 종목도 주력사업의 미래 성장성에 따라 경쟁률과 수익률 측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진행한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공모주는 공모가 거품 논란으로 다소 부진한 결과를 냈다. 반면 맥스트, 원티드랩 등 중소형 코스닥 공모주들은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1년간 증시를 경험하면서 주식투자는 일상화됐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공부하면서 마구잡이식 투자는 없어지는 추세"라며 "이는 공모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증권사들은 이에 맞춰 단기적인 이벤트보단 중장기적 고객 유치 전략을 내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청약 증거금으로 벌어들인 이자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청약을 했어도 타 상품 연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반짝 호황에 이자 수익을 챙기기 보단 유입고객을 위한 마케팅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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