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에이치 자이 개포' 실거주 의무화 없어 흥행 요인
정부 무순위 청약 요건 강화에도 청약시장에 효과 없어
"무순위 청약 경쟁률 치열, 자금 여력 있어야 내 집 마련"
|
▲디에이치자이개포 조감도. |
시장에선 무순위 청약 과열 요인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하는 점을 꼽는다. 이 가운데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높고 경쟁률이 치열한 일반 청약보다는 무순위 청약 당첨 기회라도 노려 보자는 예비청약자들의 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순위 청약 흥행이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 무순위 청약은 ‘그림의 떡’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무순위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신청요건을 대폭 강화했지만, 경쟁률은 여전히 치솟고 당첨이 되더라도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역 무순위 물량에 대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 잔여분 5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24만 8983건이 접수됐다. 1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84㎡에는 12만 400건이 접수돼 12만 4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118㎡에는 12만 8583건이 접수돼 3만 2145.7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무순위 청약이 흥행한 것은 서울 강남 지역에다가 계약금 20%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잔금 마련이 가능해 내 집 마련이 가능하고, 주변 시세 보다 분양가가 저렴해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순위 청약 분양가는 2018년 당시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현재 시세는 분양가를 훌쩍 뛰어 넘는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가는 최초 공급 당시와 같은 △84㎡B 14억1760만원 △118㎡A 18억8780만원이다. 전용면적 84㎡을 기준으로 15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해 7월 30억원에 손바뀜했고, 현재 시세도 30억원 수준이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분양가 9억원 이상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고, 전매제한도 있다. 하지만 집주인 실거주 의무가 없어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통해 잔금 마련은 가능하다. 현재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전용 84㎡ 전세 물량은 16억원부터 20억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달 10억원 시세차익이 예상된 위례신도시 ‘위례포레자이’ 1가구 무순위 청약에 8675명이 몰렸다. 지난 6월 진행된 서울 ‘쌍문역 시티프라디움’ 무순위 청약 역시 31가구 모집에 4858명이 접수해 경쟁률 156.7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디에이치 자이 개포, 위례포레자이, 쌍문역 시티프라디움 등의 무순위 청약 흥행을 두고 시장에선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무순위 청약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약 취소·해지 등으로 발생한 무순위 물량은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성년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같은 기준을 ‘해당 주택건설지역(시·군)의 무주택 세대구성원인 성년자’로 한층 강화됐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 또는 세대원만 신청이 가능하게 된다. 지금까지 무순위 물량에 당첨돼도 재당첨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지만, 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무순위 물량에 당첨되면 일반청약과 동일한 재당첨 제한을 적용받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매맷값과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분양 물량까지 줄면서 청약수요가 일반청약에서 무순위 청약으로까지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4.7대 1을 기록했다. 분양 물량은 1069가구로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13만3327건에 달하는 청약통장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평균 경쟁률 97.1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치인 것은 물론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저 평균 가점도 60.9점까지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분양 물량이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하면서 일반청약 뿐만 아니라, 무순위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점 커트라인과 경쟁률이 높아 진입장벽이 있는 일반 청약보다는 무순위 청약 당첨 기회라도 잡기 위한 예비청약자들의 심리도 반영된 것이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무순위 물량에 대한 청약 과열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 집 마련과 수억원의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단 넣고 보는 ‘묻지마 청약’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무순위 청약도 청약 경쟁률이 치열하고, 계약금과 잔금마련 등에 있어서 대출 규제가 있어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부자들만의 잔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무순위 청약을 신청한 전국 20개 단지 중 17개 곳에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본 청약 경쟁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부가 주택을 무주택자 위주로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대출까지 조인 탓에 무주택 실수요자는 당첨이 되고도 돈이 없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등은 실거주 의무가 없어서 전세를 끼고 잔금 마련을 할 수 있었다"며 "정부도 무주택자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대출까지 조인 탓에 무주택 실수요자는 당첨이 되고도 돈이 없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청약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현금부자가 미계약분을 챙기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났고, 결국 현금부자들만의 잔치로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son90@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