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에너지 소비가 가장 왕성한 연령대가 영유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3 16:03

연구팀, 영유아기에 성인보다 50% 많은 에너지 소비 알아내

영유아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이 있는 어린이(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김헌수 기자] 사람은 일생 동안 어느 연령대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까? 혈기왕성한 청소년기일까, 활동량이 많은 청·중년기일까. 과학자들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유아기에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 에너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것으로 전기에너지나 화석 연료 에너지 소비 등과는 관련이 없다.

미국 듀크 대학의 진화생물학 연구팀은 생후 9∼15개월 사이의 유아들은 같은 신체 크기로 조정한 성인에 비해 50%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가 12일(현지 시간) 전했다.

연령대별 에너지 소비에 대한 비교연구 데이터는 거의 없는데 연구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이중 표시 물 기법’을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측정했다. 이 기법은 우리 신체에 섭취된 산소와 수소가 배출되는 시간이 서로 다른 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소변, 땀, 혈액 등 몸에서 나오는 수분을 모두 채집해 동위원소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중 표시 물 기법’은 한 사람의 에너지 소비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어 운동선수들의 영양 관리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식사 조절 등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생후 8일이 된 갓난 아기부터 95세의 초고령자까지 전 세계 29개국에서 총 642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의 신체 크기와 무게, 내부 장기가 차지하는 비율 등이 서로 다르므로 이를 비교 가능하게 조정해 연령대별 일일 대사량을 측정했다. 이들이 일생에 걸친 신진대사율을 도표화한 결과 영아는 같은 신체 조건으로 조정된 어머니와 동일한 대사율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진화생물학자 허먼 폰처는 "아기들은 어른처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초고속으로 에너지를 태운다"면서 "이는 다른 생물 종에서 나타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영아들의 신진대사율이 강력한 것은 뇌와 내부장기 같이 에너지 소비가 많은 신체 부위를 빨리 발달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 시기에 적절한 칼로리를 공급받지 못하면 발육부진과 면역체계 약화로 질병에 취약해진다. 사이언스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생물인류학자인 크리스 쿠자와의 연구팀이 지난 2014년 영유아들의 두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모든 에너지의 43%를 차지한다는 점을 밝혔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의 이 같은 왕성한 신진대사율은 5세까지 높게 유지되지만 청년기가 되는 20세에 안정되기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완만하게 낮아져 60세까지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고 한다. 특히 90세 이상의 고령이 되면 평균보다 26%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폴란드의 생물 인류학자인 그라찌냐 야산스카는 "이 연구 결과는 공중 보건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다"며 이 데이터가 아기와 임산부, 노인들에 대한 영양공급과 약 처방량 등에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khs32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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