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탄소중립 시나리오, 글로벌 눈높이에 맞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23 10:05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지난달초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낸 네덜란드연금운용자산(APG)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박유경 총괄이사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에 약 10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APG의 공식 서한 제목은 ‘민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문제와 투자자의 우려’였다. 부드럽게 표현된 편지의 내용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규 석탄발전소가 그동안 한국 정부가 해온 기후위기 해결 노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투자 리스크 요인’일 뿐만 아니라 2030년 이후에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서한이 전달된 며칠 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발표 현장에선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윤 위원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추진 중인 사업을 사업주의 자발적 의사 없이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석탄발전의 조기 폐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적 근거와 보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3가지 시나리오는 2050년의 탄소 순배출량을 1안은 2540만톤, 2안은 1870만톤, 3안은 0으로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1안은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 원료와 연료의 전환 등을 고려하였다. 2안은 여기에 더하여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추가 감축하는 것이고, 3안은 화석연료를 더욱 과감히 줄이고 수소 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등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이룰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1·2안의 경우는 순배출량만큼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든지 해외 감축사업을 통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1안에 석탄화력발전소 7기 유지가 포함된 데 반발하며 ‘사실상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경제계는 산업 부문의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한다. 한쪽에서는 미약하다고 평가하는 시나리오들에 대해 다른 쪽에서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항변한다.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한 이것이 현실이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다수가 동의하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다수가 발을 뺀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이미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더욱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파리협정은 올해 각국의 강화된 감축계획을 보고 받고 2023년부터는 검증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을 목표로 하는 강화된 국가감축계획(NDC)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에 제출한 당초의 감축계획은 2030년까지 예상배출량 대비 37%를 감축하는 것이었다. 이 중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든지 감축사업을 하는 안이었는데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국내 감축량을 늘리고 해외 감축분은 4.5%로 축소하였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감축계획이 미흡하다며 ‘기후악당’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탄소배출량에서 40% 이상 감축하는 계획안을 10월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그러기 위해서는 274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등의 앓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섭씨 1.5도 상승으로 설정했던 지구온난화 도달 예상시점이 2052년에서 2040년으로 당겨졌다는 보고서를 승인했다. 아마존과 하이네켄, 펩시코, 비자 등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204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기후서약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와 롯데그룹 등이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모두들 국제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제는 목표가 과하다 약하다로 논란을 벌일 시기는 지났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나갈 때이다. 무엇보다 국제경제체제의 일원으로서 제재를 당하지 않고, 미래 세대로부터도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다. 10월말에 선을 보일 국가감축계획(NDC)에 국내외의 시선이 쏠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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