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빅딜' 언제 터질까…상반기엔 M&A 단 2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23 15:32

상반기 연결대상 종속기업 전년말 대비 감소

이재용 가석방··대규모 M&A 기대감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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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100조원이 훌쩍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도 인수·합병(M&A)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위축 경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과 비교해 올해 들어 오히려 계열사를 6곳 줄였다.

이는 ‘총수 부재’로 인해 의사결정이 미뤄진 때문인데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다시 ‘빅딜’에 나설 계획이어서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 삼성전자 외형확대 ‘정체’


23일 업계와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전년 말과 견줘 2곳이 증가했고, 6곳이 줄었다.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SVIC 52호 신기술투자조합’이 출범했고 터키에 새로운 생산 법인이 지난 2월 설립됐다.

여기에 2016년 인수해 인공지능(AI) ‘빅스비’ 개발을 맡아왔던 비브랩스(Viv Labs)가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 합병되는 등 자회사 6곳은 연결 제외됐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237개사로 전년 말 대비 4곳이 순감한 셈이다.

SVIC 52호는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터키 신설 생산 법인은 스마트폰 공장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했다. 벤처투자펀드와 해외 생산 법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 상반기에도 의미 있는 M&A는 없었던 것.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줄곧 뚜렷한 외형확대에 나서길 꺼리는 모습이다. 지난 2017년 하만 인수로 종속회사는 169개에서 270개로 대폭 확대됐다. 전장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인수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액만 사상 최대인 9조3760억원에 달한다.

이후 삼성전자는 대규모 M&A에 나서기보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며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18년 스페인 네트워크 서비스 분석 솔루션 기업 지랩스(Zhilabs)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이스라엘 스마트폰 카메라 솔루션업체 코어포토닉스(Corephotonics)와 영국 AI 식품기술 회사 푸디언트(Foodient)를 산하에 뒀다. 이들 스타트업은 주로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에 접목할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회사들이다.

직접 지분인수에 나서는 대신 신기술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는데 집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만처럼 경쟁력 갖춘 하드웨어(HW) 회사를 통으로 인수하기보다는 SW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해 키워내거나 기존 기술력에 플러스알파를 모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본업인 하드웨어 사업영역 확대에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이재용 부회장 복귀로 대형 M&A 기대감↑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영역에서 사업확장 의지를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필두로 차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약 17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빅딜’이 미뤄지는 원인으로 대외 불확실성 확대 장기화에 주목한다. 하만 인수 이후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중단조치로 촉발된 갈등이 이어지며 산적한 현안을 챙기기에도 바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총수 부재’도 공격적인 투자에 제동을 걸었다. 조 단위 M&A는 책임부담이 큰 만큼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수감된 상황에서 결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 복귀로 삼성전자가 다시금 대규모 M&A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를 추진을 공식화한 만큼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규모로 M&A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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