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취임 100일, 조용한 리더십 속 세대교체·발탁 등 인사혁신
-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 한전공대 개교 준비 순항
- 연료비연동제 적용 실패, 주가 하락 등은 낙제점
- 전기요금 현실화, 신재생 발전 진출,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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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전 사장 |
| 정승일 한전 사장 취임 100일 주요 성과와 과제 | |
| 성과 | 과제 |
| 여름철 전력 수급 안정 대응 | 연료비연동제 실효화 & 주가 부양 |
| 한전공대 정상개교 준비 순항 |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진출 |
| 세대교체 등 인사혁신 | 전력산업 구조개편 요구 대응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승일(56) 한국전력 사장이 오는 8일 취임 100일 맞는다. 정승일 사장은 28년만의 첫 50대 한전 사장으로서 세대교체·발탁 등 인사 혁신과 신재생에너지 강화 등 사업 구조개편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서 그간 무겁고 둔한 조직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젊고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의 조용한 리더십 발휘 속에 성과를 착착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취임 이후 불과 한 달여만에 잇단 폭염으로 많은 우려를 낳았던 여름철 전력수급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위기대응 능력에서 빛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기업으로서 공적 역할도 두드러진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탄소중립 선도 체제 구축, 에너지 전환 기반 확충, 한전공대 내년 정상개교 준비 등 정책과제 수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 사장의 이같은 성과는 그가 관료출신으로 같은 공기업 가스공사를 이끈 경영 마인드와 한전 감독 부처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서 정책을 진두 지휘했던 경험 등이 바탕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주식회사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과 주가상승 등 경영성과는 다소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이에 정 사장이 앞으로 역점을 둬 추진할 분야는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운영 실효화를 통한 경영실적 개선, 주가 부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진출 등일 수밖에 없다. 권력 교체기를 맞아 정치권 등의 민영화 및 전력산업 구조개편 요구에 대한 대응도 정 사장 앞에 놓은 숙제로 거론된다. 이런 숙제들은 모두 정책 방향과 연계된 해묵은 것들로 정 사장 혼자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기 소비자, 투자자, 정부, 정치권 등 폭 넓은 이해 관계자와 소통 및 설득을 통해 추진해야 할 만만찮은 과제들이란 뜻이다.
◇ 28년만의 50대 사장, ‘혁신’과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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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새 조직도 |
정 사장은 한전이 28년 맞이한 50대 젊은 사장이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부임 후 한달여 만에 ‘혁신’과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혁신은 전력혁신본부 신설이다. 이 본부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탄소중립’ 비전을 뒷받침하고 한전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업무를 담당한다. 세대교체는 40대와 50대 초반 직원의 요직 등용이다. 정 사장은 전력혁신본부장으로 50대 초반의 최현근(53) 전력시장처장을, 전력혁신본부 산하로 한전 전체 조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지속성장전략처장에 40대의 주재각(49) 예산실장을 각각 파격 발탁했다. 특히 최현근 신임 본부장은 한전 역사상 최연소 본부장이다. 여성 첫 지역 본부장도 탄생했다. 한전에서 여성 1호 본부장 기록을 세운 이경숙 상생발전본부장이 부산울산본부장을 맡았다.
신설된 전력혁신본부는 분산됐던 탄소 감축 기술개발, 신재생·분산전원 확산을 위한 계통운영전략 수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등의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탄소중립 관련 전략 수립과 정책 조정을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전력혁신본부 산하에는 ‘탄소중립전략처’와 ‘지속성장전략처’를 뒀다.
탄소중립전략처는 신재생·분산전원 확대에 대비한 전력망의 선제적 건설 및 운영체계 혁신, 탄소 감축을 위한 미래기술의 경쟁력 확보 등 전력을 포함한 전환 부문의 탄소중립 전략과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협업 체제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지속성장전략처는 환경성·경제성·안전성 등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 전기 소비자의 편익을 최대화하도록 전력공급 방식과 고객서비스 등 각종 제도와 절차를 혁신하는 역할을 맡는다. ESG 각 분야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을 활성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한전은 송·변전과 배전 기능 간의 협업 조직인 ‘재생에너지대책실’을 새로 설치했다. 재생에너지 계통접속 지연 해소, 계통영향평가 도입 등 수요의 분산화를 통한 망 이용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거래제도 개선 등의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수요관리처’도 신설해 에너지효율 개선과 전력설비 투자 소요를 최소화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등 전력수급 관리 기능과 효율 향상 기능을 통합 수행한다. 또한 ‘에너지신사업처’는 그린수소, 스마트시티, 전기차 충전 등 전력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 및 마중물 조성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사업재편에 따른 가시적 성과는 일러도 내년은 되어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50탄소중립·탈원전·탈석탄 등 재무구조 악화 불가피, 연료비연동제 정상화 시급
한전은 올해 상반기 19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 136억원 줄어든 수치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이 취임한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7468억원을 기록, 6분기만에 적자전환했다. 코로나 백신 보급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서서히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등 연료비는 상승했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매가격은 그대로 유지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한전의 호실적이 코로나19 이후 저유가에 바탕한 연료가격 및 전력도매가격(SMP) 하락,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가동률 증가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앞으로도 국제유가가 오르고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가동률이 줄어들면 언제든 역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 적용을 유보함에 따라 전기판매수익도 줄었다. 한전 주가도 정 사장의 부임 당시 2만 5000원이었지만 현재는 2만 3000원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정 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운영 실효화’다. 연동제는 분기별 발전 연료비 변동분의 소매 전기요금에 반영을 위해 올해부터 도입됐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연료비가 상승했고 전기요금 조정 기회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정부의 요금 동결 지침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연동제가 정상작동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을 시행하고 있으며 2050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현재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자력발전을 7%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70%대까지 늘리기로 함에 따라 한전 등 공기업들의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이행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발전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와 발전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LNG의존도가 높아지면 국제유가 급등이나 공급 부족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 쉽고, 이는 전기료 상승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올해 초 배럴당 50달러에 불과했던 국제유가는 현재 7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SMP 또한 지난해 말 kWh당 50원 수준에서 9월 들어 100원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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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월별 SMP 추이. 출처=전력통계정보시스템 |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정부가 석탄과 원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 있지만 태양광·풍력 발전은 아직 단독으로 사용할 만큼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보완해줄 보조 발전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석탄과 원전의 공백을 LNG가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비싼 현물 가격을 내고서라도 LNG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공대 정상개교, 탄소중립 선도, 전력산업구조개편 등 과제 산적
경영개선 외에도 내년 3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켄텍) 정상 개교도 정 사장의 당면과제다. 켄텍은 대통령 공약으로 막대한 예산과 필요성 등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정 사장은 학교 이사장으로써 자신의 임기내 학교를 정상운영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에너지전문대학교로 육성해야 할 책무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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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텍 조감도. [출처=켄텍] |
한전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2030 에너지전환 선도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 전략’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략에는 신재생에너지 수용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 수소 및 해상풍력 확산, 지능형 변전소 개발 등과 관련한 추진계획이 담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가까워오는데 여전히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그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가 필수라고 주장해왔다. 정 사장으로서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 여야 의원들을 적극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한전은 향후 연료가격 상승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력그룹사와 함께 고강도 경영효율화를 통해 단위당 전력공급 비용을 매년 3% 이내로 억제키로 했다. 나아가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에너지신사업 모델 개발, 인공지능(AI) 및 전력 빅데이터 기반 전력산업 밸류체인과 생태계 전반의 지능화, 최적 송배전시스템 구축 및 운영, 탄소중립 핵심기술 개발 등 신규수익 창출 및 이익개선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이를 통해 지속가능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정 사장의 과제로 떠올랐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를 통한 인공지능 기반의 능동형 송배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약 40조원의 민간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송배전망은 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기간 인프라 사업이다.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면 한전의 송배전 독점사업을 민영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거쳐야 한다. 대선결과와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위해 필요한 사업인 만큼 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승일 사장은 지난 조직개편 당시 "탄소중립을 위해선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먼저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강해져야 한다"며 "한전은 산업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정 사장이 이끌 한전과 국내 전력산업의 발전방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jj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