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강남 등 일부 신축 단지 잔금대출 확대
신규 주담대 규제는 강화…형평성 지적
서울 구축 아파트도 현금 6억 필요…줄어든 대출 여력
“일부 단지만 예외 적용…정부 정책 신뢰 어려워”
▲서울 아파트 모습.
정부가 입주 예정 신축 아파트에 대한 잔금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정 단지의 잔금대출 공급에는 숨통이 트이는 반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일반 주택 수요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는 기존 주택보다 선호도가 높고, 강남권 단지는 가격 상승 기대도 큰 만큼 정부가 수분양자와 일반 주택 수요자 간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아파트 입주자가 잔금대출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후 은행들은 입주 예정 신규 단지에 대한 잔금대출을 완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이 아파트에 1000억원씩 총 5000억원 한도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은 내달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도 1000억원씩 배정했고, 우리·농협은행도 비슷한 규모의 잔금대출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가계대출 기조를 유지했으나 잔금대출 등에 예외적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은행권은 잔금대출을 늘리면서 신규 주담대 문은 더욱 걸어 잠그고 있다. 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성장률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앞서 국민은행은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고, 비대면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도 0.53%포인트(p)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했으며 12일부터는 변동금리 주담대 취급도 제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간 주담대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고, 농협은행은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하며 은행권이 대출 확대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일반 주택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여력은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해 발표한 6·27 규제와 10·15 규제에 따라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까지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서울 구축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10억5167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LTV 40%를 적용할 경우 대출 가능액은 약 4억2000만원 수준이다. 6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서울에서 구축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을 정도로 대출 여력이 줄었다. 차주 소득과 기존 대출 등을 반영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경우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선호도가 높은 데다 가격 상승 기대가 큰 신축 단지에 잔금대출 공급을 확대하면서 청약에 당첨된 수분양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수분양자의 자금 마련이 어렵게 되면 입주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주택 공급 차원에서 대출난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데도 현재의 규제 상황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 신규 입주 단지에만 예외를 적용하면 정부 규제가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핀셋 규제 완화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수요자가 신규 분양 단지에만 적용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신규 대출을 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어 일반 대출 수요자의 자금 마련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