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쟁 OS 진입·신규기기 개발 막아
OS 독점 문제 삼은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기업에 자사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설치를 강요했다"며 글로벌 플랫폼 ‘공룡’ 구글에 2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018년 EU 집행위원회(EC)가 구글이 모바일 OS, 앱마켓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적은 있지만, 휴대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 전반에 걸쳐 OS 독점을 문제 삼은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14일 공정위는 거래상지위남용, 불공정거래 행위로 구글 엘엘씨·구글 아시아퍼시픽·구글 코리아에 총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체결하면서 구글의 OS를 변형한 OS를 기기에 탑재하거나 개발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실상 타 OS의 시장 진출을 막음으로써 구글의 독과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38%에서 2019년 97.7%로 뛰어올랐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처음 내놓으면서 개방성을 내세워 기기 제조사와 앱 개발자들을 끌어들였다. 누구든지 안드로이드 OS를 별도 계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할 수도 있다는 ‘오픈 소스’를 표방했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한 구글은 2011년 이후부터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기기제조사에게 AFA 체결을 강제했다. 전 세계 주요 기기제조사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기준 약 87% 수준이다.
AFA로 인해 기기 제조사는 변형된 OS를 기반으로 한 기기를 출시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하면서 변형된 OS를 기반으로 70여개의 자체 개발 앱을 탑재했지만, 구글이 문제 삼으면서 삼성은 자체 OS를 포기했다. LG도 스마트 스피커를 위한 OS 개발과 상품화를 시도했으나 구글이 해당 기기의 출시를 불허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의 총 책임자였던 앤디 루빈 구글 전 수석부사장은 제조사 ‘델(Dell)’이 변형된 OS 기기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단 한 대라도 출시하면 모든 기기에 대한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구글 검색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AFA가 단순히 계약서상으로만 존재해온 것이 아니며,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한 것"이라며 "기기제조사의 다양한 기기 유형에 대한 자유로운 OS 개발 활동을 직접적으로 차단하여 심각한 혁신저해 효과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갖는 중요성 및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간의 경쟁을 간과한 것"이라며 "공정위의 서면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구글을 상대로 앱 마켓 경쟁제한·인앱결제 강제·광고 시장 등 3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hsjung@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