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정책(下)…"산업-가정용 보일러도 친환경 연료로 전환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9.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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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보일러 아산사업장 레이져 용접 자동화 생산 라인 모습.


2050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에너지정책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탈원전·탈석탄 등 에너지전환 정책의 기조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갑자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온 각종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은 당장 두 달 여 뒤 지난해 12월 시한이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제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다. 또 지난 달 일명 ‘탄소중립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의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에너지믹스, 에너지바우처, 화석연료 기반 산업 등 관련 주요 정책이 탄소중립으로 가도록 하는 시스템에 맞게 전면 개편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수술대 오른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정책’을 타이틀로 3회(상·중·하)에 걸쳐 기획시리즈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에너지믹스, 이념 아닌 현실로 돌아가야
<중> 에너지바우처, 저탄소 구조로 개편 필요
<하> 시대 역행하는 화석연료 기반 산업 정책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세계 산업용 보일러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5.7%의 복합 성장률(CAGR)을 보이며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서치사인 ‘마켓스탠드마켓스’ 조사에 따른 전망이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146억 달러에서 2025년 19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식품 및 음료 산업에서의 수요 증가, 화학제품 산업에서의 청정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요 등의 요인이 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용 보일러 시장에서 예측기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는 연료는 단연 천연가스 및 바이오매스 부문이다.

특히 천연가스 연소 보일러는 입수가 쉽고,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산업별로는 다수의 설비 및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화학제품 산업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화학제품 산업에서 산업용 보일러는 주로 제조 과정에서 높은 품질과 고온의 수증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 사용된다. 열에너지와 전력을 필요로 하는 화학제품 산업의 주요 세부 부문에는 석유화학제품, 산업용 가스, 알칼리염소, 합성고무, 합성 유기섬유, 농업용 화학제품(비료·농약) 등이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예측기간 동안 가장 높은 복합 성장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과거 경제성장이 두드려진 1960~1990년대 산업용보일러의 신규 수요가 또한 크게 확장돼 본격적인 성장기를 이어갔다면, 저성장 시대로 전환된 2000년대 이후부터 산업용 보일러 시장 규모는 매년 축소되는 추세였다.

이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환경규제 강화 조치와 노후보일러 교체수요가 맞물리면서 산업용 보일러 시장은 다시 도약의 날개를 펴게 된다. 대기오염 배출 규제가 5년 단위로 규정되고, 저녹스 버너 지원사업이 확대되며 저녹스 보일러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가 이뤄지게 된다. 특히 가스연료를 중심으로 한 산업용 보일러 보급 확대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는 지역별로 큰 수요량 차이를 보인다. 특히 2017년을 기준으로 산업용 도시가스 판매 비중이 높은 도시가스사의 가스 판매량이 크게 확대된다.

과거 산업용 연료는 환경규제 강화와 고유가 시대로 인해 2010년대 초반까지는 중유가 주를 이뤘으나, 이후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즉, 도시가스로의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이성로 한국가스공사 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경동도시가스와 삼천리 도시가스의 판매량이 다른 회사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산업용 가스 수요 확대에서 기인한다. 당시 산업용 가스 수요 비중을 놓고 보면 경동 20.6%, 삼천리는 18.5%를 기록하고 있다. 주된 경쟁연료는 벙커C유에서 가스로의 연료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이후 산업용 연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연료로 부상한 연료는 LPG(액화석유가스)다. LPG는 2015년, 2016년 내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를 빠르게 대체해 왔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의 연료 및 공정 원료용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8년 전체 LPG 수요의 42%를 산업용이 차지하게 됐다.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회수가 완료되면서 다시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도시가스가 국내 산업용 가스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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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보일러, 2000년부터 가스보일러 보급 가속화 

 


가정용 보일러는 산업용 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가스연료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도시가스 수요가 수는 올해 첫 2000만 가구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1977만6614 가구로 집계된 도시가스 수요가 수는 올해 2013만7096 가구로 확대됐다. 2000만이 가구가 난방용 도시가스 연료로 도시가스를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가정용 보일러는 지난 2000년대부터 가스보일러를 중심으로 보급이 이뤄져 왔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보일러 제조사가 다수 경쟁하고 있는 국내에서 기름에서 LPG, LPG에서 다시 도시가스로 가정용 보일러의 연료전환은 자연스럽게 진행돼 왔다.

보일러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신규 설치 또는 노후설비 교체에 따른 가정용 보일러 보급대수는 연간 약 130만 대 수준에 이른다. 이 수요는 모두 도시가스 연료를 사용하면서 보일러 자체에 적용된 기술도 최고 등급의 청정기술을 적용한 콘덴싱보일러 위주로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배관연결이 닿지 않는 도시가스 미공급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는 LPG 배관망 사업이 진행된다. LPG배관망 사업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읍·면·동 등 소규모 단위 지역에 소형 LPG 저장탱크 및 LPG 배관을 설치한 후 이를 통해 LPG를 보급하는 사업이다.

도시가스 보일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틈새지역을 LPG 보일러가 보완하는 격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보급되는 기름보일러 보급대수는 연간 약 15만대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에 비해 연료비가 세배나 비싼 기름보일러를 소비자가 선호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가정용 보일러 시장은 대부분 청정연료인 도시가스를 연료로 하는 가스보일러가 보급되고 있으며,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는 LPG 마저도 보급되지 않는 예외적인 지역으로 소비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친환경보일러 보급 의무화 정책은 탄소중립 및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화 하는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서울, 경기 등 대기관리권역에서 가정용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신규 설치하는 주택, 상가 등에 대해 가정용 1종(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법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예외적으로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하기 힘든 장소에서는 응축수 발생이 없는 환경부 인증 2종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으며, 기존 보일러는 교체 전 까지 계속 사용 할 수 있다. 최고 기술의 친환경 보일러로 대표되는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거의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증발량이 시간당 0.1t 미만인 가정용 보일러 또한 지원 대상이다.

친환경 보일러는 일반 노후 보일러와 비교해 미세먼지 배출이 적고, 열효율이 12% 포인트 높아 연간 약 13만 원의 요금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NOx 배출의 경우 일반보일러(173ppm) 대비 88% 저감된 20ppm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보일러 보급 의무화 정책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보급 의무화 전인 2015년부터 올해 8월 현재까지 친환경 보일러 총 39만대의 친환경 보일러 보급을 완료했다. 이는 질소산화물(NOx) 781톤, 이산화탄소(CO2) 7만5000톤을 절감한 효과다. 도시가스 연료 사용량만 따져도 약 3101만㎥를 절감했다. 이는 약 5만2000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도시가스 양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교체를 위한 보조금 접수 기간을 당초 8월 말에서 9월 말까지 1개월 연장했다. 하절기 및 코로나19 방역강화 등으로 보일러 교체가 감소함에 따라 신청 기간을 늘려 가을철에 보다 많은 시민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추가지원 물량은 친환경보일러 약 1만4000대 규모다.

올해 경기도는 도내 31개 시·군에 12만7693대를 보급을 목표로 총 258억의 예산을 투입한다. 지난해 예산 및 지원 대수 대비 10배 이상 확대됐다.

경기도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 시 1대당 2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저소득층에게는 대당 50만 원이 지원된다. 또한 최초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자는 보일러 구매 시점에 보조금 20만 원을 제외한 금액으로 구매 후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다.

지자체마다 전체 지원 대수 및 예산 규모는 다르지만 친환경 보일러 보급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산업용, 가정용 보일러 시장은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 정책에 기여하며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가스보일러로 대표되는 국내 친환경 보일러 시장의 한계점은 도시가스, LPG 등 여전히 화석연료에 기반 한다는 점이다.

이는 블루수소의 도입 및 활용 기술의 발달, 기존 가스 연료의 탄소배출을 감축시키는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 등의 기술개발 및 적용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보일러 제조사의 고도의 친환경 보일러 기술개발이 더해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 시장은 이미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청정연료로의 전환이 대부분 이뤄져 왔다"면서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전기, 수소 보일러 등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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