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기한 마감 D-1
코인거래소, '금융사'로서 금소법·특금법 등 의무 이행
과세 분류는 '금웅소득' 아닌 '기타소득'...형평성 논란
"이중잣대와 과세시점 등 불합리한 규제로 산업위축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김건우 기자] 가상자산업계의 금융권 내 편입이 임박했다. 코인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기한(24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가상자산시장을 이끌 1기 거래소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제도권 내 편입을 통해 정식 금융회사로 인정받는 것을 반기면서도, 산업 발전의 초창기부터 이른 규제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과세와 관련된 이슈가 가상자산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인가를 받은 코인 거래소들은 다음날부터 시행될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정식 금융사가 된다.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원화마켓 거래를 영위할 수 있는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4개사로 좁혀졌다. 각 거래소들은 차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실명제, 자금세탁방지 등 금융사로서 따라야 할 여러 의무를 적용받게 된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트래블룰 도입은 내년 3월 25일로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고객확인제도(KYC)의 의무 등은 즉시 이행해야 한다.
다만 과세와 관련해서 정부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이 아닌 ‘기타자산’으로 보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양도차익이 ‘금융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주식과 마찬가지로 5000만원까지 세금공제 혜택 등이 적용될 수 있지만,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 연 250만원 이상의 소득부터 20%의 소득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해당 과세정책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과세 유예기간을 더 늘리자는 주장과,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소득’으로 보고 5000만원까지는 세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가상자산 과세 유예기간을 1년 더 늘리고 관련 소득을 금융소득으로 분류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이같은 정치적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업자로 제도권 내에 들어와 정식 ‘금융사’로 인정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과세에 있어서는 ‘금융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중 잣대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과세 시점 역시 시장을 넓혀갈 산업 초창기에 너무 이르게 시행하는 것 같아 자칫 산업이 위축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 보수적 재정ㆍ금융 관료들과 입법부 간의 입장 차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취임초기부터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누적 가입자 수가 14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상자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업비트와 빗썸의 가입자 수만 해도 각각 800만, 600만명을 상회한다"며 "중복가입을 감안해도 전 국민 4명 중 1명이 코인 투자를 하는 상황인데, 불합리한 과세정책이 가져올 파장을 정치권에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ohtdue@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