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재건축단지 유보분 아파트 ‘귀한몸'

김기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14 15:09

시세 수준선에서 입찰가 책정

15억 이상 대출 불가 물량 증가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 비판도

보류지 유찰에도 입찰가 그대로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14일 보류지 5가구의 매각 공고가 발표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집값이 치솟고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보류지 매각 물량이 늘고 있지만 입찰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수차례 유찰되는 사례도 왕왕 빚어지고 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조합은 이날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의 보류지 전용면적 59㎡ 1가구와 84㎡ 4가구 등 총 5가구 매각 공고를 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착오나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물량 일부를 예비로 남겨뒀다가 입주 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물량을 의미한다.

해당 아파트 보류지의 최저입찰가는 59㎡가 29억원, 84㎡는 33억원으로 책정됐다. 2018년 분양가가 11억~1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 매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보류지 입찰 경쟁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양도세 등 세 부담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은 워낙 매물이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인데 보류지 물량은 그나마 저렴한 편"이라며 "현금 여유가 있는 수요자들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입찰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이 상승함에 따라 입찰가도 시세에 맞춰 책정되면서 입찰 과정에서 비싼 입찰가 탓에 유찰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15억원이 넘는 보류지는 대출 불가인데다가 잔금 처리까지 단기간에 진행해야 해서 현금이 부족한 수요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구 서초우성1차 재건축조합은 이달 초 ‘래미안리더스원’ 보류지 4가구 매각 일정을 발표했다. 이번이 세 번째 입찰로 오는 18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해당 보류지는 지난 2월과 6월 두 차례 유찰된 바 있으나 조합 측은 이번 3차 입찰에서 입찰가를 더 높였다. 114㎡의 최저입찰가는 35억원에 책정됐는데 2차 입찰 때보다 2억원이나 더 올랐다.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2일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보류지의 5차 입찰 공고를 냈다. 4차 입찰 시 유찰된 115㎡ 물량에 대해 다시 입찰을 진행한 것인데 잇따른 유찰에도 최저입찰가는 그대로 유지됐다. 해당 물량의 최저입찰가는 16억5000만원에 책정됐다.

유찰 사례가 늘어나자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조합이 제시한 최저입찰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계약일부터 잔금 처리까지 주어진 기간이 50일이라니 너무 짧다", "본 입찰에 들어가면 최저입찰가보다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 뻔한 일인데 선뜻 입찰에 참여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등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편 보류지 입찰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공고일 기준 만 19세 이상이거나 법인이면 누구나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동·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없으며 입찰에 참가하려면 1억∼2억원 가량의 입찰보증금을 내야 한다. 낙찰자는 이 보증금을 계약금으로 전환할 수 있고 나머지 입찰자에게는 반환된다. 낙찰자는 계약금 지불 후 약 한 달 내 잔금을 입금해야 하며 계약을 포기하거나 기간 내 잔금을 미입금하게 되면 계약금(입찰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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