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도 탄소중립 과속 '우려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18 17:06

- 요금 인상 억제하면서 친환경·수급안정?…에너지공기업도 부담스러운 탄소중립



- 2030 NDC 상향안,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무려 44.4% 줄여야…산업계 보다 3배 이상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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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의 탄소중립과 요금인상 억제 동시 추진으로 에너지공기업의 직격탄이 우려되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등 에너지공기업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탄소중립위원회의 탄소중립시나리오에 대해 일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에너지공기업들이 부정적 의견을 제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은 2050년까지 석탄·가스발전을 모두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70.8%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 발전소를 9기만 남긴 탄중위 시나리오에 대해 ‘9기+α‘로 확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한계 및 불확실성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저탄소배출원이며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은 석탄발전을 모두 중단할 경우 매몰 비용 발생과 수익 악화 등으로 오히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동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남부발전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 및 LNG(액화천연가스)발전기의 잔존수명보다 조기 퇴장시 불가피한 매몰비용 발생으로 발전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며 "이 경우 재생에너지, 무탄소 전원 등 에너지전환의 추진동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수익악화가 지속될 경우 회사 존립 위협받는다"고 했다. 이어 "3안에 따른 LNG 발전 전량 중단을 고려할 경우 석탄 대체 LNG 발전의 경제성 확보가 곤란해 사업추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기술 적용 시 정부 지원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불가하다"며 "폐지되는 화석 기반 전원의 잔존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요구되며 이를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으로 재투자돼야 한다"고 했다.

중부발전 역시 "기존 석탄발전설비 폐지에 따른 자산손실 및 신규 자금조달이라는 2중고를 겪고 있음"며 "자산손실에 대한 보존과 LNG발전 건설이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는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나, 발전공기업은 높아지는 부채비율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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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공기업 부채 전망 (단위:%)[자료=기획재정부]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대표 공기업 사장들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과 요금 동결 시 경영 부담요인을 지적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경영적자는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전과 발전자회사는 4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한전의 부채는 63조원에 이른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중장기 재무전망에 따르면 2025년 부채규모는 164조5000억원에 가깝다. 7개 회사의 부채비율은 187.5%에서 237.4%까지 상승하게 된다. 한전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했지만 1년 전체로 보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인하되었고 4분기는 인상돼 인하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지난 15일 국감에서 ‘도시가스 요금 동결 방침에 동의하느냐’는 질의가 나오자 "적정한 규모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15개월째 요금을 동결 중이다. 이처럼 에너지공기업들은 최근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 "우리의 물가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국내적으로 민생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제적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공공요금 동결,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 등 생활물가 안정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기재부 측에 힘을 더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석탄·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기존 35%에서 40% 상향조정했다. 상향안 대로라면 발전부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무려 44.4% 줄여야 한다. 이는 산업계의 14.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비중이다.

발전공기업들은 기존 수익원인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중은 매년 확대되고 있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탄, 가스 등 모든 발전원의 연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요금인상 억제를 주문하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공기업들로선 퇴출을 요구받고 요금 인상 억제로 재무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친환경 탄소중립은 물론 여름철은 물론 겨울철 전력수급안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은 상황이 된 것이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모두가 공기업의 부채이며 결국 국민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개별 소비자가 내야 할 돈을 납세자가 내는 셈"이라며 "전기요금을 규제한다고 해서 들어가야 할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기 많이 쓴 사람이 안 내고 다른 국민이 분담해서 같이 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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