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잘 팔린다"…유통가 '가치소비' 마케팅 활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24 10:33

대형마트·백화점 등 관련 마케팅 확대

계란부터 닭·돼지고기까지 동물복지 제품 매출 ‘쑥쑥’

편의점·온라인몰도 비건·사회적기업 상품 판매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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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 모델이 ‘케이지프리’ 달걀을 선보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유통 업계에서 채식 및 동물 복지, 사회적 기업의 상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비건(beginning + Vegetarian 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말)’ 상품, 케이즈 프리 달걀 등 관련 상품 판매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추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국내 백화점 중 최초로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모든 달걀을 ‘케이지 프리(Cage - Free)’ 달걀로 전환하기로 했다. 케이지 프리란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 등에서 생산된 달걀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갤러리아에서 판매되는 케이지 프리 달걀의 가격은 10개 기준으로 6000원~1만원이다. 달걀 1개 가격이 1000원 이상으로, 일반 달걀 대비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그런데도 갤러리아가 케이지 프리 달걀 판매 확대에 나선 것은 최근 케이지 프리 달걀을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갤러리아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케이지 프리 달걀 PB(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를 시작한 후, 관련 상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1~9월) 갤러리아 케이즈 프리 달걀 매출은 전년대비 21% 신장했다.

대형마트도 일찍이 동물복지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산란계에게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동물복지 달걀’, 롯데마트는 동물복지 달걀을 비롯해 동물복지 닭고기, 돼지고기에 이어 지난 11일부터는 동물복지 우유까지 판매 중이다.

대형마트에서도 동물복지 제품 매출이 높은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동물복지 달걀 매출이 올해 110억원으로 늘었다. 제곱미터(㎡)당 9마리 이하의 사육밀도를 유지하고, 닭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계사 내에 횃대를 설치하는 등 140여개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동물복지 달걀은 일반 달걀에 비해 2∼3배가량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9.5%라는 고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동물복지 돼지고기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99.6%나 증가했으며, 이와 관련된 닭고기와 계란 매출도 각각 20%, 15.1% 신장했다고 밝혔다.

편의점은 올해 채식 마케팅을 더욱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GS25는 비건 상품 수를 지난해 3종에서 올해 15종으로 확대했다. 이에 올해(1~7월) 비건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 2019년부터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인 CU도 최근 관련 상품 출시를 확대하면서 올 들어 7월까지 채식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늘었다.

경쟁업체들도 관련 상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앞서 채식간편식인 ‘그레인’ 시리즈를 론칭했다. 그레인 시리즈는 콩, 두부, 양파 등 야채 중심의 김밥과 샐러드, 파스타 등으로 간편하게 채식을 즐길 수 있다. 이마트24도 대체육 햄 샌드위치와 김밥을 선보였다.

온라인몰에선 장애인 지원 등 사회적 기업의 상품 판매까지 늘리는 추세다. 11번가는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와 협업해 경기도 소재 사회적기업의 엄선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특별 기획전을 이달 31일까지 진행한다.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아로마빌 커피’, 발달 장애인을 지원하는 ‘꿈틀협동조합’,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프렌즈’, 일정 판매 수익금을 이웃 주민과 함께 나누는 ‘잔다리 마을공동체’ 등 34곳이 참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의 이런 가치소비 마케팅 확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과거는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상품의 가치를 따져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기 때문에 가치소비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자기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각각 따로 구매했다면 지금은 소비자들끼리 상품 구매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소비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소비 확산에 기업(공급자)역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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