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도 갈피 못 잡는 '헬스케어'..."의료계와의 공존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26 16:46

구체적 '헬스케어 모델' 부재..."다양한 시도"

현재는 '홈트 가이드 어플' 수준

해답은 '의료데이터 활용' 등 규제개선

의료계 밥그릇 지키기?...대승적 협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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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건우 기자] 보험업계의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헬스케어 사업이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이 큰 틀에서 보험산업의 미래지향적 방향은 맞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인해 어떠한 형태로 사업을 구체화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는 평가다.

각 보험사들은 온ㆍ오프라인을 아울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저변을 확대하는 데 의료법적 한계로 인해 검진행위ㆍ의료데이터 활용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헬스케어의 진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 의료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들은 주로 각 사별로 운영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통한 ‘홈트레이닝 추천’, ‘건강관리 보조’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용자가 매우 한정적일 뿐 아니라 컨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유튜브 보다 크게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운동과 연계해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실제 고객을 유인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색다른 시도를 했다고 보여지는 것은 오프라인 헬스케어 센터를 구축한 신한라이프의 사례다. 신한라이프는 오프라인에서 각종 의료기기를 통해 실제로 고객의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전문 상담사가 영양제를 추천하는 등 ‘간편한 건강검진’ 컨셉을 시도했다. 다만 의료법상 ‘검진’이나 ‘진단’ 등의 행위는 물론이고 용어 사용조차 불가능해 기기의 측정결과를 간호사가 해석하는 것에 그치게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의료법과의 경계’ 때문에 발생하는 태생적인 한계가 헬스케어 사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사업을 확장할 아이템이 있어도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저변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영역이 탄생했지만 이른바 ‘헬스케어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와 한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의료데이터 사용’과 일부 전문적인 소견이 필요치 않은 영역에서 의료기기를 활용한 ‘검진’ 등의 행위가 허용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돼 이같은 규제 완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데이터는 아직까지 의료기관에서 독점적으로 생산ㆍ관리하고 있지만 결국은 대학, 연구기관 등 다양한 활용기관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도입이 헬스케어 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분야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허가받은 중개 사업자’가 통합ㆍ관리하고, 정보주체인 개인의 요청 또는 허가 하에 특정 제 3기관에 통합정보를 제공해 개인을 위해 활용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마이 헬스웨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건강정보 위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등은 내년부터 취합될 예정이다. 다만 진료기록 확보와 관련해서는 의료계 협조가 필요하다. 이것은 데이터 주권이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 개인에게 귀속되는 만큼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헬스케어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객의 의료데이터 활용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당장은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업계와 헬스케어 산업이 공존하는 모델을 만드는 대승적 차원의 협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ohtdu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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