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최태원 등 연이어 해외로…미국·동남아 등 직접 챙겨
이재용도 다음달 미국行 유력…총수 ‘현장 경영’ 본궤도
배터리·파운드리·전기차 등 신사업 확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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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총수들이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앞두고 해외 신사업 영토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국면에 접어들며 이동제한이라는 족쇄가 일정 수준 풀리자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파운드리, 전기차 등 신사업 분야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중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미국 내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짓는 등 현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네덜란드 등을 찾은 이후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각종 재판 출석과 수감생활 등으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다.
다만 반도체 관련 추가 투자는 물론 ‘백신 외교’ 등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어 출장 일정을 더는 미루기 힘들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약 170억달러(2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은 올해 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그룹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곳이다. 정 회장은 25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미래 전기자동차 생태계’ 행사에 참석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을 만났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산업 허브’가 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탄소중립 시대 전기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정 회장은 현지 행사 축사를 직접 하는가 하면 충전 인프라와 폐배터리 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인도네시아 측은 내년 G20 정상회의 의전차량으로 제네시스 전기차를 선정하며 화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으로 향한다. 전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던 그는 곧바로 미국으로 향해 현지 정관계·재계 거물급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기밀자료 제출 요구에 직접 대응하는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전략적 요충지인 일본에서 두 달여간 머물며 현장 경영을 펼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사업 전반과 내년 경영 계획 등을 검토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나 미국을 다녀왔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관련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도 해외 출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주요 총수들의 해외 출장 키워드는 ‘신사업’으로 요약된다는 평가다.
삼성의 파운드리, 현대차의 전기차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사업의 기틀을 닦기 위해 직접 뛰고 있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재계 총수들의 출장길에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 이슈가 따라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기 의식도 깔려있다는 평가다. 전세계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했지만 수요-공급 불일치, 반도체 대란, 원자재·에너지값 급등 같은 악재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재계 총수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신사업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기존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에서 주도권을 뺏기면 안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