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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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
최근 중국의 국수주의가 계속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소위 ‘중국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된 이후 젊은 층에 국수주의가 크게 늘었다. 이들은 영어로 국수주의를 뜻하는 단어인 ‘Nationalism’의 N자를 따 ‘N세대’로 불린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고 군사력이 강화되면서 자부심이 고취되고 이런 분위기가 중국 젊은이들의 보수적 애국주의 선호 현상으로 확대되었다. 문제는 이런 사상이 편협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지향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국수주의는 시진핑의 장기 집권과 중국공산당의 정통성 강화를 위해 과거 굴욕적인 중국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확산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중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몇 가지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의 1등 만능주의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전통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황금만능주의’, ‘배금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학교에서 1등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정의롭고 정당하게 1등이 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중국 젊은이들은 부정과 부도덕한 행위도 1등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괜찮다는 분위기다. 중국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각종 기술을 탈취, 복제하고 경쟁자를 적반하장으로 윽박지르지만 이게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1등 만능주의는 결국 중국 제일주의다.
두 번째, ‘소분홍(小粉紅: Little Pink)’으로 대변되는 21세기 중국 애국주의 집단의 극성스럽고 극단적인 행동이다. 이들은 ‘분노청년’(憤怒靑年·분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소분홍’이란 당과 국가, 지도자를 사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소분홍은 중국의 국가교육을 통해 양산된 집단으로 외국을 광적으로 배척하고 정부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비이성적 폭력 집단이다. 이들은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사상은 중국을 도탄에 빠뜨렸던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과 유사하다. 이들은 한복과 김치 등 한국 문화를 중국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자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일본에 밀려 은메달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당 선수를 국가를 망신시킨 반역자로 몰아세운다.
세 번째, 우마오당(五毛黨)이라는 중국 공산당에 의해 고용된 인터넷 여론 조작단의 존재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인터넷평론원’으로 불리는데 2007년 후진타오 주석 시절 출범했다. 이들은 기본 월급 600위안(약 10만 원)에 댓글 한 개에 5마오(0.5위안)를 정부로부터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비꼬는 투로 ‘5마오를 받는 집단’라는 뜻으로 불리게 되었다. 요즘은 댓글 한 개에 8마오(0.8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약 1100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관변 댓글부대가 SNS에 올리는 댓글이 매년 4억 4800만 건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우마오당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각종 여론을 조작·왜곡하고 정치에 개입한다. 2021년 한국 4월 총선에서 중국 댓글부대가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고 의심받기도 한다.
네 번째, 중국공산당의 디지털 주민 통제다. 중국공산당은 빅데이터와 AI 등 혁신 기술을 이용해 자국민과 법인에 통합사회신용번호를 부여해 신용도에 따라 혜택과 불이익을 주는 ‘사회신용 제도(Social Credit System)’를 구축했다. 공산당이 각종 개인정보와 안면인식 정보를 이용해 국민과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감시사회’를 만든 것이다. 개인의 자선활동, 헌혈, 봉사활동 등은 가산점을 부여하고 대중교통 요금 체납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감점한다. 점수가 좋지 않으면 일정 기간 비행기나 기차 이용이 불가능해지고, 대출, 구직, 자녀의 학교 입학 등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공산주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조지오웰의 소설인 ‘1984’가 거의 실현된 사회의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의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1등주의와 ‘소분홍’으로 대변되는 중국 내부 국수주의 물결을 여론조작과 주민통제라는 수단을 동원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국수주의는 관제(官制) 애국주의의 결과물이다. 공산 독재를 위해 중국만 아니라 외국의 여론을 감시, 조작하고 중국인의 외국에 대한 적대심을 고취해 중국이 최고라는 배타적 의식을 확산시킨다. 이렇게 자국민을 생각과 행동까지 완벽히 통제함으로 중국공산당의 영구 집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화주의의 결정판이다.
이런 정책이 당장 효과는 발휘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중화 패권을 위해 애국주의를 이용하지만, 중국인의 민족주의 정서가 급속히 확대되어 집단 광기가 폭발할 경우 중국공산당이 이를 통제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애국주의란 화약고가 터지면 중국만 아니라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