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식 '프로' 문화로...이재용의 '뉴삼성' 초석놨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1.29 16:00

삼성전자 인사제도 대개편
경력 보다 실력으로 인재평가 연공서열도 없애
일하는 방식 바꾸고 미래지향적 조직문화 구축

미국 출장 마치고 귀국하는 이재용 부회장<YONHAP NO-425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서나 볼 법한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한다. 연공서열 등 연차 개념을 없애고 직원이 달성한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는 인재를 평가할 때 무엇보다 경력이 아닌 ‘프로’로서의 실력을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개편 과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뉴삼성’을 구축하기 위한 초석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부터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개편을 위해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청취 등으로 혁신방향을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노사협의회·노동조합 및 각 조직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혁신안은 △연공서열 타파 △경력개발 기회 마련 △상호 협력 문화 조성 등 세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인재를 조기에 육성하겠다는 방안은 이번 개편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부사장 및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하는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했다.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하고는 모든 임원을 동일 표기하는 실리콘밸리식 임원 체계를 도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젊은 직원이 실적만 낸다면 입사 몇년만에 임원으로 진급 하는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이 사라진 대신 전문성을 검증하는 ‘승격세션’을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는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했다. 아울러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게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보다 많은 경력 개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사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도 도입했다.

평가 방식도 보완한다.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기존 상대평가 방식은 절대평가로 바꾸되 상위 10%에 대해서는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또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으로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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