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 강화 논란…정부 "저탄소 확대" vs 업계 "가격 상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05 11:11
태양광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제조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모듈 사용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사업자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때 낙찰 가능성을 더 높이는 방향의 정부 정책이 추진 중이다.

태양광 발전 및 시공업계가 정부의 이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반발하면서 정부와 시공업계 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 및 국산 태양광 모듈산업 육성 등을 위해 국산 저탄소 모듈을 확대할 수 있는 모듈 탄소인증제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태양광 시공업계는 영세한 태양광 사업자들을 재물로 삼아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국산 모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배만 불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정부의 정책 수행기관으로서 설명회를 갖고 이런 태양광 시공업계 설득에 나섰다.

□ 탄소인증제 기존 제도와 개편안 비교 표. (단위:kgCO2/kw)

구간(등급)현행개편안
배점(점수)탄소배출량(kgCO2/kw)배점(점수)탄소배출량(kgCO2/kw)
110670 이하15670 이하
24670 초과~830 이하10670 초과~730 이하
31830 초과5730 초과~830 이하
4--1830 초과
자료: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 "탄소인증제 개편으로 저탄소 모듈 보급은 확대"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은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 시행을 구체화하는 등급 체계와 RPS 낙찰자 선정 배점의 개편안을 내놓고 내년 상반기 RPS 입찰 적용을 목표로 현재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개편안은 탄소인증제 등급체계를 현행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늘려 세분화하고 각 등급별 탄소배출량 기준치와 배점을 바꾸는 것이다.

개편안을 보면 탄소인증제 관련 모듈 제조과정의 탄소배출량 기준은 1등급의 경우 현행 그대로인 반면 2등급의 기준 범위는 현재 kw당 670∼830kgCO2에서 670~730kgCO2로 축소됐다. 3등급 기준은 kw당 830kgCO2 초과에서 730∼830kgCO2로 한정됐다. 신설 4등급의 기준 kw당 830kgCO2 초과로 정해졌다.

개편안에서 새로 제시한 배정 점수는 1등급부터 4등급까지 각각 15점, 10점, 5점, 1점이다. 기존 탄소인증제에서 1등급부터 3등급까지 각각 10점, 4점, 1점이었던 것에 비하면 1등은 5점(50%), 2등급은 6점(150%), 3등급은 4점(400%)씩 높아졌다.

에너지공단은 지난 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에서 업계를 상대로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탄소인증제 배점 변경 관련 설명회를 개최해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탄소인증제 2등급 구간 범위가 이전에 넓어 지금까지 모듈의 70%가 2등급에 몰렸다.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시장에서는 1등급 제품 사용이 70%로 집중돼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됐다"고 제도 개편 배경을 설명하며 "제도의 목적인 저탄소 모듈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1등급 모듈 점수를 상향하고, 구간별 제품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배점구간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부는 탄소인증제 배점 상향으로 저탄소 모듈 보급을 확대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면서, 2등급 모듈의 수요를 창출해 1등급 모듈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

탄소인증제는 모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을 억제한다는 취지가 있지만, 국내산 모듈을 값 싼 중국산 모듈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풀이된다.

중국산 모듈은 탄소인증제에서 국산 모듈과 비교할 때 1등급을 사실상 받기 어렵다. 탄소인증제에서는 부품마다 국가별 표준배출계수를 적용하는 데 여기서 중국이 높은 표준배출계수를 적용받아서다. 중국산 모듈은 제조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이 나오는 걸로 계산된다.

그동안 국내에 보급되는 모듈의 약 30%는 중국산 모듈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산 모듈이라고 해도 폴리실리콘과 셀 등 모듈 부품의 상당수를 중국산으로 사용해 사실상 중국산 모듈이라는 주장도 함께다. 지난달 2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모듈은 셀을 단순 조립해서 만든 것"이라며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법’을 발의한 배경이다.


◇ 업계 "모듈 가격 상승 부추겨…국산 경쟁력 키워야"


하지만 태양광 발전·시공업계서는 이번 탄소인증제 1등급 모듈 배점 상향이 오히려 모듈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중국 에너지대란으로 중국산 모듈 공급이 줄고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국산 모듈 가격이 이미 심상치 않게 올랐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만 국산 모듈 가격이 W당 90원이 오른 걸로 추산한다. 국산 모듈 가격은 W당 400원 정도로 알려져있는 데 하반기에만 20% 넘게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탄소인증제 1등급 모듈 배점까지 상향하면 가격 인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것이다.

탄소인증제 2등급 모듈의 수요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 탄소인증제 1등급 모듈과 2등급 모듈의 5점의 배점차이가 난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모듈 수급상황이 원할하지 않은 상태에서 탄소인증제 평가점수를 1등급에서 15점으로 상향시켰다"며 "오히려 모듈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국내 몇 개 특정업체를 봐주는 꼴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국태양광공사협회 관계자는 "탄소인증제 1등급 모듈과 2등급 모듈의 점수 차가 여전히 5점이 나는 가운데 1등급 모듈의 점수는 올랐다"며 "1등급 모듈로의 쏠림 현상이 개선될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인 단체인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대태협)도 이번 탄소인증제 배점 관련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태협 관계자는 "최근 태양광 전력판매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다시 가격이 떨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모듈 수급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할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모듈업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을 기준으로 볼 때 탄소인증제 배점 5점 차이는 발전사업자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의 상한가는 MWh당 16만0603원으로 사업자가 제시한 입찰가격은 75점으로 평가된다. 1점당 가격의 가치는 약 2141원으로 계산된다. 5점이 더 높은 사업자라면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MWh당 1만705원을 더 부를 수 있는 셈이다.

이 차이는 설비용량 1MW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평균 3.6시간을 20년간 발전한다고 할 때 총 2억8132만7400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탄소인증제 1등급 모듈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다.

태양광 모듈은 태양광 발전소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탄소인증제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덜 배출한 모듈에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탄소인증제 1등급 모듈을 사용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RPS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에서 더 많은 배점을 받아 높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RPS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해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고정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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