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삼성 배터리 수장에 '총수 최측근'…'미래 먹거리'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08 15:43

LG 권영수·삼성 최윤호·SK 최재원 등 거물급이 사업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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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최윤호 삼성SDI 대표 내정자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3사가 새 리더십을 맞는다. 권영수 부회장을 ‘긴급수혈’한 LG엔솔에 이어 삼성SDI는 전영현 대표이사를 이을 새 수장에 최윤호 사장을 내정했다. SK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린 사업’ 분야에서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온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을 경영진으로 들여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배터리 사업에 위상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 수석부회장은 SK온 임원 자리를 통해 경영 일선에 복귀가 유력하다. 이달 중순 SK온은 이사회를 열고 최 수석부회장을 임원으로 선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동섭 SK온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 회장 친동생이다. 지난 2014년 계열사 펀드 출자금 456억원으로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다 지난 10월 취업 제한이 풀리며 복귀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재계는 그가 최 회장과 친환경 사업 육성에 발맞춰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초기부터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취업제한 기간이던 지난해 7월 최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이 일선에 나서면 SK그룹 배터리 사업을 오너 경영진이 직접 챙기는 모양새가 된다. 그만큼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포드와 미국 합작 공장 설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수주 확대를 위한 과제가 산적하다. 최근에는 프리 IPO를 통해 3조원 가량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에게 안내서를 보냈다.

그룹 2인자로 꼽히는 권 부회장을 수혈한 LG엔솔은 리콜 충당금을 털어내고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진을 거치며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갖췄다.

내년 1월로 예정된 LG엔솔 IPO는 권 부회장에게 첫 경영 시험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공장 설립 등 사업역량 확대를 위해선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시급하다.

LG그룹 배터리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인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는 만큼 구 회장과 긴밀히 호흡하며 사업역량을 키울 적임자라는 평가다.

삼성SDI는 글로벌 사업과 재무능력을 갖춘 최윤호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 팀장, 사업지원TF 담당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치며 글로벌 역량을 쌓았다.

삼성 오너가를 보좌하는 미래전략실에 몸을 담기도 했다. 최 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 임원을 지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와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최 사장이 이끄는 삼성SDI는 해외 경쟁력 확대와 재무건전성 유지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미국에 2025년 상반기까지 베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는 경쟁사에 견줘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SDI가 대규모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최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 수장이 오너 일가와 관계가 두터운 인물이 임명되면서 그룹 내 위상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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