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한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14 09:47

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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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총영사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캔버라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이 신장에서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후 뉴질랜드·호주·영국·캐나다 등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들이 잇달아 보이콧 동참을 선언하고 일본도 동참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한국의 선택에 국제적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은 보이콧 선언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중국을 겨냥하고, 상무부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는 데 활용됐다는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을 ‘중국 군산 복합기업 명단’에 올릴 계획임을 언론이 보도했다. 하원은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을 찬성 428표 대 반대 1표의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은 올림픽을 정치화한다며 보이콧 선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은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니 여러분은 눈을 비비며 기다리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서방국가들이 보이콧 명분으로 내세운 인권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 19기 6중 전회의 ‘역사결의’ 채택에 이어 올림픽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체제를 공고히 하고 그 이상의 집권 기반을 마련하는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조성하려던 참에 악재를 만나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낀 문재인 정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보이콧 근거로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유린을 꼭 집어 제시한 상황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베이징에 보낼 경우 ‘가치 외교’를 원칙으로 동맹국을 모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딴지를 놓는 행보로 읽힐 수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 정상이 인권과 법치 증진의 의지를 공유한다"고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그러던 와중에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암초를 만나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목소리가 커지게 됨으로써 한국 안보에 큰 위해를 초래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 외국 방문 등의 각종 계기에 종전선언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계기에 성사시키기 위해 올인하여 왔는데, 종전선언을 의식하여 이번에 외교적 보이콧 불참 입장을 직접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열병식 참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의 혈맹이라는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파견했는데, 한국은 총리를 파견해도 충분할 행사임에도 자유민주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박 대통령이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톈안먼 망루에 오르면서 미국 등 우방국의 불신을 초래했다. 중국마저도 떡을 주기는 커녕 되레 ‘사드 보복’으로 한국을 괴롭혔고, 우리나라는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문제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문제 못지않게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다. 무엇보다도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려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고 인권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가치동맹을 무시하고 결정한다면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물론 이웃 국가인 중국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대한민국의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2개월 가까이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주변 국가들의 동향도 보면서 국익을 최우선시하여 사절단 수준 등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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