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솔 산업부 기자
![]() |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반도체 침체기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D램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고점을 지났고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D램값이 하락할 조짐도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10월 개인용컴퓨터(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 가격이 전월보다 9.51% 떨어진 평균 3.71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D램 범용제품 현물 가격이 이달 말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을 끌어올린 건 데이터센터 업체들이다. 내년에도 정보통신(IT) 수요가 높을 것으로 내다본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서버 확대를 위해 D램을 구매한 결과다.
상황이 바뀌자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겨울이 지구온난화를 만났다"고 말을 바꿨다. 내년 1분기 D램 가격 예상치를 기존 10%에서 7%로 변경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불황에 민감하다. 주기적으로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시장 특성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8년 고공행진 하던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바로 다음해 매출 절반가량이 꺾이며 급락했다.
또 메모리반도체 불황 전망은 기업과 투자자에게 과거 ‘안 좋은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과거 공급과잉으로 D램값이 폭락하는 ‘치킨게임’ 속에서 생존한 업체들이다. 불황으로 경쟁사가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누군가가 ‘불황이 온다’고 했을 때 긴장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는 시장 특성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스마트폰, 서버, 차량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수축 등 다양한 변수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움직이는 외부 변수로 작용한다.
근거가 약한 ‘불황론’은 주가를 흔들며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부정적 시장 전망에 관한 질문에 "큰 고민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성급한 시장 전망이 키운 불안을 기업이 잠재워야 하는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