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
배달비의 구조를 보면 수령자는 배달앱과 라이더(및 배달 대행업체)이고 지불자는 가맹업주와 소비자이다. 먼저 수령자들의 상황을 보자. 배달앱은 쿠팡이츠에 이어 올해 배달의 민족이 단건 배달에 뛰어들게 됨으로써 배민은 월 50억에서 100억원 가량, 쿠팡이츠는 월 200억원 가량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번에 3-4군데를 배달하던 라이더들이 한 번에 한 곳만 배달하게 되면서 한건 배달에 드는 경비가 한 건 배달료를 초과하여 주문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용자의 절대 수와 주문빈도 증가로 인한 인프라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배달앱 업체들은 배달료 현실화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다음으로 라이더들은 코로나로 인한 배달 수요 급증과 단건 배달로 라이더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몸값이 4~5배까지 뛰었다는 소식도 있으나 최근 배민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의 7년간 동결을 이유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배달비용의 지불자들은 가맹업주와 소비자들이다. 가맹업주들의 경우 소비자가 부담할 배달비를 업주가 책정하는데, 소비자 부담율을 높이면 주문을 안 할 가능성이 크고 리뷰 평가에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또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단건배달을 안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재 단건 배달로 인한 비용 증가는 배달앱들이 프로모션의 형태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것이 배달앱들의 적자 운영의 주요 요인이다.
최근 쿠팡이츠가 전체 입점업주들에게 현재 운영 중인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전혀 다른 방식의 수수료 체계를 적용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식당업주 60만명 이상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프로모션을 끝낸다는 소문이 진짜인가’ 묻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문자 발송이 내부직원의 실수라고 쿠팡이츠에서 재안내했지만, 가맹업주들은 프로모션이 언제 끝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만일 프로모션이 끝나 가맹업주들의 배달비 부담이 인상될 경우 일정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쿠팡이츠가 쏘아 올린 단건 배달에 작년부터 배민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하게 될지를 두고 모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노총 배달 플랫폼지부 배민지회는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더들의 기본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였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사측과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대규모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서 ‘수수료 인상이 영세한 입점업체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또 인상의 혜택이 배달기사에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제 남은 건 배달앱과 소비자이다. 배달앱들이 많게는 매월 300억원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소비자에게 배달비가 전가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여진다. 사실 소비자는 소비의 최종 목적지로 비용을 전가할 대상이 없다. 또 단건배달로 인한 추가 혜택이 있다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
차제에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가계 상황에 비추어 배달비 지출이 적절한가 스스로의 소비 행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의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편의주의 추구성향이 높아졌는데 과도하게 배달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배달비가 부당하게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지는 않은가 감시해서 적극적으로 의견들을 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