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요건 충족 우량기업, 기업 계속성 심사 면제
거래소, 18일 교보생명 상장예비심사 결론
통과시 금감원 증권신고서 제출, 1분기 상장
신 회장-FI 분쟁, IPO 추진 영향 미미할듯
새해 경영전략 '디지털 시대 성공기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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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교보생명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의 첫 번째 관문인 주권 상장예비심사신청서에 대한 결론이 이달 중순 나온다. 거래소는 교보생명에 대해 자기자본, 매출액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우량기업으로, ‘계속성 심사’가 면제돼 이달 중순 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 간에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상장 예비심사신청서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경우 교보생명의 1분기 상장은 물론 신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에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 기업 계속성 심사 면제...이달 18일 결론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제출한 주권 상장예비심사신청서에 대한 결론이 오는 18일께 나온다.
교보생명은 2020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 115조4861억원, 자기자본 12조939억원, 영업수익 15조7089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최근 3개년간 매출액, 자기자본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우량 기업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교보생명의 예비심사신청서에 대한 심사를 기존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해 진행한다.
교보생명 상장 심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우량 기업으로, 기업 계속성 심사가 면제돼 다른 기업과 달리 빠른 속도로 상장 심사가 진행된다"며 "다만 아직 거래소가 심사 중인 만큼 상황에 따라 예비심사에 대한 결과(일정)는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교보생명이 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경우, 향후 상장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거래소의 상장예심 결과를 토대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가를 산정해 늦어도 1분기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의 IPO 추진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으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신 회장, 어피너티와 분쟁서 승기...IPO 추진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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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
증권가에서는 교보생명이 현재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 계약에 대한 분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IPO 추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에 분쟁에서 신 회장이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말 법원은 어피너티가 제기한 풋옵션 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에 대한 가압류를 모두 취소했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10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에서 주주 간 계약상 의무 위반이 확인됐다며 주주 간 계약이 이행되게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신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해당 판결은 가처분, 가압류 소송으로 인해 진행 여부가 불확실했던 교보생명의 IPO가 한층 더 탄력을 받는 계기로 작용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간 상장을 준비한 수많은 기업들을 보면 교보생명처럼 FI가 지분을 갖고 있고,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다"며 "거래소에서는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할 때) 단순 경영권 분쟁뿐만 아니라 재판 결과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은 투자자 보호 등 상장심사 요건에 위배되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교보생명이 상장을 완료할 경우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어피너티 측에 유리하게 평가 기준일을 적용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교보생명 IPO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풋옵션 가격을 산출한 어피너티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에게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해당 재판은 신 회장과 어피너티 측 간에 직접적인 경영권 분쟁과는 연관성이 낮다. 그러나 검찰이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 안진에 가치평가 허위보고에 대한 혐의를 적용한 만큼 1심 결과에 따라 신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심 판결선고기일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됐다.
한편에서는 교보생명에 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에 풋옵션 분쟁이 투자자 보호, 기업의 투명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속성 심사가 면제됐다고 해도 경영의 투명성,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에 분쟁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거래소가 양측 간에 분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새해 경영전략 ‘디지털 시대 성공기반 구축, 도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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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교보생명이 예정대로 1분기 상장에 성공하면, 신 회장이 천명한 올해 경영전략인 ‘디지털 시대 성공기반 구축, 도전 가속화’ 역시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채널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타깃고객을 세분화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하고, 빅테크 및 플랫폼 기업과 함께 신규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이 이르면 이달 말 출시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는 2022년 경영전략의 향방을 가를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고, 재무현황, 소비습관 등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등 자산관리와 신용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를 한층 더 고도화하기 위해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금융마이데이터를 기존 파트에서 팀으로 승격했다. 이와 함께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두고, 디지털부문을 디지털전략담당, 플랫폼담당, IT지원실 체제로 정비했다.
교보생명 측은 "고객 누구나 평생에 걸쳐 인생 목표를 완수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애 설계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고객의 긴 인생 여정에 함께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더 높은 고객 가치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