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임대차 시장…이중전세·월세 전환에 세입자만 ‘발 동동’

김기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17 16:02

같은 단지 내 전세 가격 4억부터 8억원까지 다양



이중전세 현상 가속화 따라 월세 전환 비중도↑



임대차법 해지 외에 대책 없어…임차인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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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주택가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한 모씨는 내년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한 씨는 4년 전 3억2000만원에 입주한 이후 지난해 집주인과 암묵적 합의를 통해 전세금 동결로 계약을 연장했는데 최근 집주인이 내년 전세 계약 때는 가격을 시세에 맞게 올리겠다고 통보해왔다. 한 씨가 거주하는 단지의 가장 최근 신규 전세가격은 7억원에 육박한다. 한 씨는 월세 전환도 선택지에 넣었다.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금이 낮아져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올해 임대차 시장에서 이중전세 현상이 대두되면서 세입자들의 전·월세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신규 계약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대출 이자 부담에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게다가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이중전세와 월세 전환 현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아파트 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지난해 12월 전세 거래는 총 32건이다. 전체 거래 매물을 전세 가격으로 나눠보면 최저 4억원부터 최고 8억원대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서울 금천구 독산중앙하이츠빌 84㎡는 지난해 12월 총 3건의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지난해 12월 3일에는 6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해당 단지 전세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같은 달 24일과 30일에는 각각 3억4000만원과 3억675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세가격 차이가 수억원 단위로 벌어진 데는 신규 계약 건과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한 연장 계약 건 거래가 대거 체결됐기 때문이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은마는 학군 수요로 3월 신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이사 수요가 몰리는 편"이라며 "신규 전세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인근 다른 단지에 비해 전세 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전세 물량은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산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임대차법 이후로 재계약은 전세금을 5%만 올릴 수 있으니까 집주인이 신규 전월세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도 세 부담과 금리 인상 등에 부담을 느끼다보니 가격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우리도 조율하기가 까다롭다"라고 토로했다.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된 시점은 지난 2020년 7월 임차인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시행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중가격 현상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마아파트처럼 전세가격이 삼중, 사중가격으로 쪼개지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시행 2년째가 되는 오는 8월을 기점으로 전세 가격이 더 치솟는데다 전세 급등의 연장선에 따른 월세 전환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방증하듯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월세가 낀 거래의 임대차 계약 비중은 37.2%로 지난 2020년 31.1%보다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금천구의 경우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지난 2020년 556건에서 지난해 2117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월세 비중이 56.6%로 43.4%의 전세 비중보다 높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집값이 소폭 하락 또는 보합세를 띠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나 월세 금액을 높여 취득세나 종부세 등 세 부담을 줄이려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금리도 대폭 인상됐기 때문에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은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임대차3법을 시행했지만 여러 부작용이 많다"며 "임대차3법 시행 이전으로 시장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이중가격 현상이나 전세의 월세화를 늦추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갭투자를 이용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전세 비중을 줄이고 월세 전환되도록 시장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월세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전세의 월세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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