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과정 한국조선해양 지주사로 만들어 승계작업 완료
자금여유도 생겨 자율운항선박·로봇 등 신사업 매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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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미래 비전인 ‘퓨처 빌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이 정기선 사장에겐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 인수 과정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완료돼 지배구조를 확고하게 한데다 인수자금으로 마련한 실탄으로 새 먹거리에 투자할 여력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정 사장의 리더십을 발휘할 적당한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인수 자금 1조5000억원, 신사업 투자로 가닥
20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최근 EU에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를 자진 철회했다. 산업은행과 인수 계약을 맺을 당시 해외 경쟁당국 6곳 중 1곳이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인수를 철회하기로 해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국내 조선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선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는 시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초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이후 필요할 경우 최대 1조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었다. 인수자금이 최대 6조원 가량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인수 불발로 수조 원의 여유 자금이 생긴 셈이 됐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8일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진 간담회에서 "EU가 대우조선해양 결합심사 반대를 결정한 것이 불과 지난 주여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조선·해양 등 기존 방향과 동일한 선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인수를 위해 보유했던 자금을 신사업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3월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 밸류체인 구축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인수 자금 일부가 이 계획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이 연초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미국 CES에서 "조선사를 넘어 퓨쳐빌더(Future Builder·미래 건설자)가 되겠다"는 언급도 주목된다. 당시 △자율운항선박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등을 3대 핵심사업으로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정기선 승계작업 완료…재계 "리더십 증명할 때"
재계는 신사업 투자에 따른 결실이 ‘정기선호’ 출항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지난해 10월에 지휘봉을 잡았다. 별 탈 없이 승계를 이어가려면 그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대우조선인수 불발로 미래 사업에 투자 비용을 확보한 만큼 이 자금으로 CES2022에서 언급한 3대 핵심사업 신기술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른 성과가 향후 정기선 체제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26%를 보유하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6.6%)에 이어 2대 주주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지배 구조 재편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 2019년 옛 현대중공업에서 투자부문을 떼어내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다시 그 밑에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사를 두게 했다. 게다가 물적 분할 당시 인수가 불발돼도 회사 분할은 유효하다는 단서를 달아둔 터라, 중간 지주사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정 사장 입장에선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만 보유해도 한국조선해양과 조선 3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