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금융 혁신'...미래에셋 탈(脫)증권에 쏠린 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20 17:00

미래에셋, 해외시장서 '억' 소리나는 성과

자기자본 10조 금자탑



가상자산 수탁업 및 NFT 신사업 진출 검토

글로벌 M&A 넘어 미래사업 선점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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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올 것이 왔다."

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투자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투자업계에서는 1년 전부터 미래에셋이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졌다. 이미 미래에셋이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준비를 해왔던 만큼 올해부터는 가상자산 사업,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중심으로 보다 뚜렷한 사업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시장 진출 '혁신'...ROE 10%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배경에는 박현주 회장의 ‘혁신’에 대한 집념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 미래에셋증권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에 출연해 쿠팡에 대해 "굉장히 혁신적인 회사"라고 호평하며 "쿠팡의 성장을 보면 미래에셋그룹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처음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주변에서) 말도 안되는 일을 한다고 그랬다"며 "그런데 지금은 해외펀드만 65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20여년이 지난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중국, 베트남, 영국, 몽골 등 세계 10개 지역에 진출해 ‘억’ 소리 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세전순이익은 2037억원으로 2020년 연간 순이익(201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0조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단연 1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3분기 누적기준 연결당기순이익 453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해외법인 순이익이 2651억원으로 국내법인(2437억원) 순이익을 상회했다.


 

1년 전부터 가상자산 신사업 검토...
'포트폴리오 다각화-ROE 제고' 의지 

 


이 가운데 미래에셋이 현재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전담 신설법인 설립 등을 검토 중인 배경에는 ROE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 기관투자자, 매입자 등을 대상으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코인뱅크 설립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관련 인프라를 보유한 IT 기업과 합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출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투자영역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1년 넘게 가상자산업, NFT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산업에 새로 진입해 사업을 선점하는 동시에 자본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존에 박 회장의 주도로 미래에셋이 꾸준히 진행한 글로벌 인수합병(M&A)만으로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비전, 성장 잠재력을 피력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실제 미래에셋그룹이 진출하려는 암호화폐 수탁업은 지금까지 증권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금융업의 경계에 놓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안이 나올 경우 금융업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선후보들도 가상자산업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가상자산 4대 거래소 대표 및 전문가 간담회에서 "혁신적인 가상자산 발행과 투자자 보호, 중소벤처기업의 새로운 투자유치 방식으로 증권형 토큰 발행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역시 "가상자산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연초 신년사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메타버스, NFT를 언급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과 자산의 등장은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며 "각자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제도, 환경, 기술 등 변화와 경쟁사들의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들의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비관론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이 가상자산업 진출을 검토하는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다른 증권사들과는 차별화된 사업 영역을 발굴하겠다는 메세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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