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상생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18일 시행 예정
비밀유지계약·징벌적 손해배상·공동 입증책임 담아
재계 "입증책임 과도"에 중기부 "이의제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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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 모습. 연합뉴스 |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개정 상생협력법은 18일부터 발효되지만, 지난해 국회 입법 논의 당시 ‘위탁기업과 수탁기업간 입증책임 적용’을 두고 대기업 중심의 재계 반발이 컸던 만큼 벌써부터 입법 보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상생협력법의 주요 골자는 △비밀유지계약 체결 의무화 △수탁기업의 기술침해 입증부담 완화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다.
개정 내용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차원에서 단편적인 법·제도의 개선을 넘어 피해 규모를 반영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녹아들어있다.
실제로 제조 현장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은 뒤 납품업체를 이원화해 기술보유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발주 자체를 중단하는 등 피해 사례를 방지·근절해 달라는 중소기업들의 호소가 많았다.
개정안은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위탁거래 관계에서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비밀유지계약 규정에 따라 수·위탁기업은 기술자료를 보유한 임직원 명단, 기술자료의 반환·폐기 방법, 일자 등 관련 세부사항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 위반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각각 500만원,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기술탈취 행위에 손해배상을 물리는 수위도 강화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새로 도입해 기술 탈취행위에 따른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고의로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막고 피해기업에 합리적 보상을 지급하자는 취지이다.
반면에 일부 개정 내용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계속 일고, 이에 따른 입법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시시비비가 엇갈리는 지점은 ‘기술침해 입증부담 완화’이다.
기술침해 입증부담 완화는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입증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시 수탁기업·위탁기업 당사자 양쪽에 구체적인 입증책임을 물도록 하는 내용이다. 만일 어느 쪽이든 조사에 불응하면 거부 회수에 따라 1500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재계는 기술자료가 특허권처럼 명확하지 않고 비밀로 관리돼 수탁기업이 더욱 잘 알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위탁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을 앞둔 경제단체들은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중경련)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술탈취가 부적절한 행위란 데 공감하지만 입증책임 부분은 과도한 조처로 본다"며 "다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거래처를 두는 만큼 제도 시행 뒤 업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 지 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중견련 관계자는 "기술탈취 근절과 법안 시행 사전 대비를 위해 관련 사항들을 업계에 신속히 통보할 예정"이라며 "별도의 논평이나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법 발효 뒤 현장에서 법 적용 실태를 주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상생협력법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개정법에 문제가 될 논란의 소지는 아직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논란 여부를) 언급할 건 없다"면서 "현재 상생협력법 관련 재계가 항의하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도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문제가 오래 지속돼 온 사안인 만큼 법적 장치 마련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언컨대 기술탈취 문제 근절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 대기업이 한 발 물러서 중소기업과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만, 독일, 일본과 같은 제조업 강대국에선 중소기업 기술탈취 보호장치가 법에 명시돼 있다"고 전하며 "우리나라 역시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국내총생산(GDP)의 50%, 전체 근로자 수의 8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술탈취 보호를 위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기업의 독자적인 생산이 이뤄지기 어려운 국내 산업구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당부했다.
inahohc@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