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학영 위원장 "李-尹 원전 공약 차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여부 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21 16:22

"녹색분류체계, EU 단순 비교는 무리…우리 실정에 맞는 에너지정책 필요"



"추가 원전 건설 논의 앞서 핵폐기물·송전선로·전력수급 등 경제성부터 따져야"



"우리기업, RE100 확산을 장벽으로 느끼지 않도록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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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두 대선 후보의 원전 공약은 신한울 3·4호기를 짓느냐 마느냐의 차이입니다."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2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들의 원전 정책을 두고 ‘탈(脫)원전’ 등 공방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 이같이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산자중기위 현안에 대해서는 "탄소중립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들이 아직 심사중인 상태인데, 탄소중립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감안해 전반기 국회 전에 심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오는 5월 9일 종료되고 이튿날 새 정부가 출범한다. 21대 국회 전반기 임기도 5월 29일 마무리되고 다음날부터 후반기 임기 2년이 시작된다. 올해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적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해다. 새 정부와 21대 국회 후반기에서도 에너지분야 이슈에 대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 추진한 2050 탄소중립은 물론, 에너지요금정책, 신재생에너지 확대, 미세먼지 정책, 그린뉴딜, 탈원전·탈석탄, 10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수소경제 이행 등 쟁점사항이 수두룩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1대 국회 전반기 산자중기위를 이끌어 온 이 위원장으로부터 대선 정국에서 에너지·산업 분야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본다.


-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 전반기의 임기가 상반기에 종료된다. 산자위원장으로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주요 정책들을 이끌어 왔다. 이에 대한 소감과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려달라.


▲ 전 세계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도 국제사회가 부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산자중기위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의무공급 비율 상한선을 올린 신재생에너지법과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PPA(전력구매계약)제도를 도입했다. 전기자동차·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과 주차 편의성을 제고하고, 친환경 자동차 구매목표제를 도입해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근거 마련, 대규모 수요 창출과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 등도 처리했다.

다만 탄소중립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들이 아직 심사중인 상태인데, 탄소중립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감안해 전반기 국회 전에 심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산업, 에너지공약을 설명해달라.


▲ 이재명 후보는 우리나라의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G5시대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주력 제조업 혁신과 산업경쟁력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충과 에너지전환 지원, 수소 전주기 생태계 조성 등이 있다. 미래산업을 선도할 빅(Big)10 산업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산업의 5대 수퍼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할 로봇, 그린에너지, 우주항공, 패션테크, 메타버스의 이머징 5 신산업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급망 자립화와 다변화로 경제안보와 산업주권을 실현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3.0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혁신 촉진을 위한 맞춤형 혁신인재 양성과 참여혁신 연계망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을 위한 계획입지 확보와 입지규제 개선 등의 입지확보 정책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판매가 자유로운 통합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제안했다.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탈탄소 전환 지원을 강화하고 녹색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에너지 전환 취약산업 종사자의 전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 세계질서로 자리잡은 탄소중립을 기후위기 극복은 물론, 우리 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신성장의 기회를 열 것이다.


-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최종안이 확정됐다. 우리는 원전을 제외했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텍소노미’(녹색분류체계) 잠정 최종안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했다. 에너지정책,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 EU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지만, 관련 조건들로 인해 오히려 원전업계는 해당 검토안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택소노미는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자금, 부지가 있는 경우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 원전과 운영을 위한 투자가 녹색으로 인정받으려면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최종 처분시설을 완공해 운영할 수 있는 세부단계가 포함된 계획이 있어야 한다. 2025년부터 신규 건설되는 원전과 수명 연장 원전에 대해서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적용하는 경우만 인정된다.

유럽원자력산업협회는 2050년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해야 하는 조건과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고 저항성 핵연료의 경우 2030년쯤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기술이므로, 2025년까지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 개발이 끝난다 하더라도 원자로에 맞는 설계 코드를 갱신하고,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는 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결국 상용화가 언제 될지 모르는 기술을 의무화시키는 EU 녹색분류체계는 오히려 원자력 업계의 간접 규제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EU 택소노미와 우리의 녹색분류체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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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꺼낸 RE100이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RE100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 현황에 대해 설명한다면.

▲ 탄소중립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시점에서 국가 경제를 설계해야 할 후보자라면 RE100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RE100이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었을 텐데 대통령 후보자도 모르는 바람에 국민도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그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RE100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애플, 구글, GM, BMW, 골드만삭스 등 350여개 유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SK그룹사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KB금융그룹 등 14개사가 가입했다.

RE100이 각국 정부의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RE100에 가입한 기업이 협력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애플 같은 경우 2030년까지 공급망 및 제품의 100%를 탄소중립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SK하이닉스에는 RE100 조건에 맞추지 못하면 대만 TSMC로 물량을 돌리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BMW가 LG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겠다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RE100을 요구해서 수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RE100이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850조원 규모 연금자산을 운용하고 삼성전자에 2조 9000억원을 투자한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이 삼성전자에 RE100을 고려하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대만 TSMC도 RE100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만 해상풍력 전력을 구매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RE100 참여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88개, 일본 63개 기업이 RE100에 참여한 데 반해 우리 기업의 RE100 참여율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RE100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형 RE100제도인 K-RE100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49개사가 참여 중이다.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PPA제도, 지분참여 등을 통해 RE100 이행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RE100 확산으로 인한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재생에너지를 보급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 여야 대선주자들이 탈(脫)원전 폐지, 감(減)원전을 내세우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원전 정책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는 것 같다.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 캠프에 원자력 전문가들이 영입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양측의 견해에 대해 설명한다면.


▲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현재 사용 중인 원전은 그대로 사용하고, 점차 줄여나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폐지로 원전 강국 건설’이라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수준이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이재명 후보 또한 국민에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 공언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TV토론에서 원전 추가 건설 공약을 한 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두 후보의 원전 공약은 신한울 3·4호기인 원전 2기를 짓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다만 추가적인 원전 건설은 원전의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의 문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2.8GW에 달하는 신규원전의 송전선로는 어떻게 건설할지, 전력수요가 크지 않을 때의 전력망 운용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에서 7기의 원전이 최근 5년간 운영허가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사례를 미루어 볼 때 원전의 경제성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RE100, EU 택소노미 등 세계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전혀 모르는 대통령 후보자가 원전 건설 등의 약속을 하는 것은 국민에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 최근 송전선로 건설 최소화를 위해 분산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송전선로가 필요한 원전을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정치적인 공세를 위해 다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주장이다. 정치공세를 위한 공약이 아닌, 국민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이재명 후보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당과 에너지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원전 가동을 늘려야 한다는 등 에너지전환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은 결국 전력수급과 비용 등 경제성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마치 원전을 작동하지 않아서인 것처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의 원전 발전량을 보면 이명박 정부인 2010년 14만8000기가와트시(GWh)에서 2012년 15만GWh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인 2013년 13만 8000GWh로 줄었다가 2016년 16만 GWh로 다시 증가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7년 14만8000천GWh에서 2020년 16GWh까지 증가했다.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달한다. 전기요금 인상은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비용의 상승이 원인이지 문재인 정부 원전 정책의 영향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또한 이러한 이유로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에 적용하려 한 바 있다.

오래된 원전은 안전비용이 전기요금에 부담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원전 건설에 사회적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아직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LNG와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 이학영 위원장 약력


▲1952년 전북 순창 출생 ▲전남대 국어국문과 졸업 ▲19·20·21대 등 3선 국회의원(경기 군포) ▲국회 정무위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대외협력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 부위원장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이사·상임고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 ▲희망제작소 이사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사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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