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관심 커지는데 ETF 투자는 주의?..."상폐 조심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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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글로벌 증시에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엔(UN)에서 출시된 친환경 펀드가 상장 이후 약 4개월 만에 상폐 위기에 놓여 ESG ETF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뉴욕증시에 거래되고 있는 ‘MSCI 글로벌 클라이밋 셀렉트 ETF’(티커 NTZO)가 내달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ETF는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의 13번째 목표인 ‘기후변화에 대응’을 위해 자산운용사 임팩트 셰어즈가 GISD(지속가능개발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그룹)과 손잡고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출시했다. GISD는 SDG 달성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설립했으며 약 30곳의 글로벌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NTZO ETF는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으로 구성됐지만 상장 이후 유입된 자금은 200만 달러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8일(현지시간) 종가기준, 상장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이 -8%에 달한다. NTZO를 운용하는 임팩트 셰어즈의 한 관계자는 "이 펀드에 지금까지 2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추가 유입이 없을 경우 3월 말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ETF를 관리하는데 매달 2만 50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ETF는 거래량도 적고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사고 싶을 때 사지 못하고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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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ZO ETF 가격 추이(사진=구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엔 글로벌 은행들이 이 ETF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GISD에 참여하는 글로벌 은행들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UBS, 스태다드차터드, 알리안츠 등이지만 NTZO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은 NTZO에 각각 5000만 달러와 125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투자액이 전체 규모의 25%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유럽 주요은행 산탄데르 역시 5000만 달러를 약속했지만 ETF 전체 규모의 5%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NTZO에 대한 다른 투자자들의 참여율이 부진한 탓 이들 은행이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은행들은 NTZO에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NTZO 투자자이자 크레디트스위스에 근무했던 수딥 사코르는 "모든 사람이 시늉만 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FT 역시 "자금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기업들의 조직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비슷한 성격을 띈 ESG ETF들이 난무하고 있는 점도 NTZO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 ESG ETF인 ‘뱅가드 ESG 미국 주식 ETF’(티커 ESGV)도 NTZO와 마찬가지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 등을 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이달에만 ESG 관련 뮤추얼 펀드 3개와 ETF를 출시해 지금까지 선보이는 ESG 펀드 관련 상품이 총 15개에 달한다. 아문디 역시 최근에 ESG 펀드를 출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블랙록은 현재 6개의 ESG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ESG ETF들은 결국 기업들이 표방하는 친환경·사회적 가치에 동참하겠다는 목적보단 전통 에너지 관련주만 배제된 새로운 형태의 투자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ESG 성과를 개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후 관련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ESG ETF를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실패(상폐)하는 ESG ETF는 NTZO가 유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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