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과잉 기업규제와 코리아 엑소더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22 10:00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다. 기업환경이 점점 거칠어져 기업들의 탈한국(脫韓國)이 머지않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모든 것은 숫자가 말해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5년(2015~2019년) 간 ‘제조업 국내 고용과 해외법인 현지고용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에서 국내 고용은 5년 전 대비 약 18만 명이 줄었다. 이 숫자는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10만 9490명)와 현대차(7만 2020명)의 2020년 국내직원 수를 합친 숫자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19년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 4개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일본, 독일, 미국 3개국은 각각 3.3%(34만 명), 3.3%(25만 명), 3.1%(49만 명) 증가한 반면, 한국만은 3.9%(18만 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제조기업의 해외고용은 급증해, 29.4%(42.6만명)나 증가했다. 한국 제조기업들이 해외에다 공장을 짓고, 해외 현지인 고용이 이렇게 늘었다는 말이다. 일자리의 해외유출이 심화됐고, 정부가 추진했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복귀) 사업은 실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5년 전과 비교할 때 글로벌 제조업 생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어 전체 글로벌 순위에서도 밀렸다. 2019년 기준 세계 제조업 산출(GDP 중 명목 생산액) 중 6개국 비중은 총 64.4%로, 1위는 중국 28.7%, 2위 미국 16.8%, 3위 일본 7.5%, 4위 독일 5.3%, 5위 인도 3.1%였다. 한국은 2018년 5위에서 2019년 6위 3.0%로 한 단계 밀렸다.

지금까지 얘기는 2019년까지 상황이다. 위 통계 작성 이후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 알 수 없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압승한 거대 여당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2020년말 패스트 트랙에 태워 통과시킨 소위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은 실은 ‘기업 규제 3법’이었다. 그 중 상법을 보면 감사위원 1명 이상 분리선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등 반 시장적인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했다. 이젠 국민연금까지 나서서 기업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한 대표소송 제기를 검토한다고 한다.

산업현장에서 재해사고가 발생할 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현장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도 모자라, 지난해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기업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겠다고 벼른다. 지난달 27일 법 시행 이후 법 적용 1호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은 때 아닌 장기 휴업까지 했지만 사고는 발생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가 개시됐다. 목하 강성노조는 그 수가 2배 넘는 비노조원들의 일터 복귀 호소를 무시하고 기업 본사를 점거하고 있고, 경찰은 자진퇴거를 설득하고 있다.

지금은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다. 기업이 규제를 피해 국가를 선택한 사례는 대단히 많다. 2016년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는 117년의 역사를 버리고 미국 크라이슬러와 합병 후 본사인 FCA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세계적인 가구 회사인 스웨덴 대표기업 이케아도 본사를 네덜란드 델프트로 옮겼다. 스웨덴 아스트라가 영국의 제네카와 합병하여 현재의 아스트라제네카가 됐고 본사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소재한다. 테트라팩(Tetra Pak)은 1981년 본사를 스웨덴에서 스위스로 이전했다. 세계적인 의류 회사 H&M의 창업자인 얼링 페르손과 부동산 개발ㆍ투자회사 룬드베리 창업자는 스웨덴을 버리고 이민 갔다. 세계적 가전업체 다이슨도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 미국 내에서도 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델라웨어주가 법인 설립지로 인기가 높다.

지난 4년 새 전일제 환산 취업자 209만 명이 증발했다. 기업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멈출 수 없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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