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한국형 RE100' 시행 1년이 던진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24 10:00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실장

김성훈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실장


‘RE100’이라는 용어가 대선 토론 과정에서 돌출되면서 새삼 국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한다. 2050년은 2022년 현재 시점 기준으로 대략 30년 남짓 남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많지 않다. RE100에는 단계별 이행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RE100 참여기업은 2030년 60%, 2040년 90%의 재생에너지 이행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적용하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 현실상 동 캠페인의 목표는 대단히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RE100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시행초기에는 미국·유럽 기업 중심으로 14개 기업만이 참여하였으나, 매년 참여기업수가 증가하여 지난해말 기준으로 348개 기업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SK 등 14개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뛰어 들었다.

RE100은 단순한 에너지전환 캠페인이 아니다. 사업현장에서 RE100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현실 말이다.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RE100에 참여하여 자사의 재생에너지 적용환경을 개선해 왔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등은 이미 RE100 이행목표를 달성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이제 전 세계 공급망에까지 재생에너지 적용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이는 수출주도 경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납품 제품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적용 노력이 미진한 기업은 자칫 주요 고객사를 잃게될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RE100의 파고를 넘어가기 위해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K-RE100은 기업의 글로벌 RE100 이행을 위한 기반 마련을 지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희망하는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의 재생에너지 적용 활성화를 위해 시행된 제도이다. 이 제도 이행을 위해 K-RE100 참여자는 녹색프리미엄 등 네 가지 이행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K-RE100 제도 시행을 통해 참여한 기업수는 총 75개이며, 기업유형별로 대기업 32개, 중견·중소기업 14개, 공공기관 28개, 지자체 1개이다. 이행수단별로는 녹색프리미엄 59건, REC 구매 15건, 자체 건설 4건이며, PPA는 아직까지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의 K-RE100 이행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첫째, 제도 시행 초기임에도 많은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의 국가보다 재생에너지 LCOE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75개 기업 등이 참여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산단 RE100, 지자체 단위 RE100 등 지자체의 관심 역시 큰 상황이다. 참고로 글로벌 RE100이 출범 3년차에 참여기업 80개에 도달하였고, 일본의 국내형 RE100제도의 1년차 참여 기업수는 60여개 이다.

둘째, 녹색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전체 이행수단 참여 78건 중 59건이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이루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비가 적게 드는 녹색프리미엄을 활용한 셈인데, 이는 초기시장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글로벌 RE100도 초기에는 녹색요금제 비중이 높았으나, 점차 재생에너지 LCOE가 개선되면서 REC 구매와 PPA 쪽으로 조달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REC 구매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에만 의존하지 않고, REC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이는 초기 K-RE100의 성장 가능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설치단가는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드패러티를 향해 갈 것이며, 이는 REC 구매와 PPA 등 非녹색프리미엄 이행수단 활성화의 기초 토대가 될 것이다.

넷째, 글로벌 RE100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대기업 외에도 중견·중소기업의 관심도 역시 높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전 세계 공급망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압력이 이어지면서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에게도 RE100이 문 앞까지 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K-RE100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성과와 함께 개선해야할 점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PPA 시장의 활성화, K-RE100의 저변확대와 이행모델 다양화, 인증제도, 금융지원 등 정책적 노력과 함께 제도 참여주체인 기업, 기관 등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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