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GP), 이달 초 삼성전자 등 국내 10개사에 탄소감축·RE100 촉구
정작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화석연료 소비 비중 높고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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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P Sta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1.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 탄소배출 감축과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조달)을 촉구한 금융사 보유 네덜란드가 정작 한국보다 높은 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글로벌 에너지 회사 ‘브리티시 페트로리엄’(BP)에 따르면 2020년 네덜란드의 1차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비중은 전체의 89.3%로 한국 84.5%보다 4.8%포인트 높았다.
또한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연간 화석연료 소비 감축량도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BP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19년 화석연료 소비 3.24EJ에서 2020년 3.01EJ로 0.21EJ(6.45%) 감축했다. IEJ는 석유 1억7000만배럴 만큼의 에너지량이다. 반면 한국은 2019년 10.62EJ에서 2020 9.97EJ로 0.65EJ(6.12%) 줄였다. 감축량만 따지면 한국이 3배나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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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P Sta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1 |
재생에너지 소비량도 한국(0.36EJ)이 네덜란드(0.33EJ)보다 많았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GP)은 이달 초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제철 등 국내 10개 회사에 탄소배출감축·RE100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APG는 연금자산 규모가 850조 원에 달하며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다. APG가 투자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등이며, 투자 금액은 10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서한을 보낸 이는 APG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책임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박유경 총괄이사다. 박 이사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주주 행동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대표기업 10곳을 추려 주주 행동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RE100이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일찌감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 축을 이동한 유럽이 아시아를 향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제기구가 아니라 유럽의 금융사, 비영리 단체들이 만든 RE100 캠페인에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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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이 서한이 APG본사의 방침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에서 서둘러 RE100을 해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국내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의 갑질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RE100(재생에너지 100%)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추구할 목표도 아니다. 진짜는 CF100(Carbon Free 100%)이다. 원자력과 재생을 조합해 무탄소 100%를 구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APG는 한국 기업에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했으나 정작 주요 6개국(미국·중국·일본·캐나다·인도·영국)의 금융사들이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더욱 활발히 금융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CNN비즈니스는 비정부기구 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등 주요 6개국의 은행이 이 기간 동안 전세계 석탄 금융의 86%를 담당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은 석탄 관련 기업의 3730억달러의 직접 대출을 집행했고, 중국공업상업은행(ICBC)을 포함한 중국계 은행은 1조2000억달러의 인수 금융 지원에 나섰다. 석탄회사에 대한 기관투자는 4690억 달러가 이뤄졌는데 이중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340억달러를 집행해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