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강수량 평년 대비 절반
오봉저수지 저수율 20%로 떨어져
제한급수에 물절약 운동으로 버텨
비구름이 백두대간 못 넘고 비켜가
올해 한반도 영향 준 태풍 한개도 없어
“도암댐 물 공급으로 근본 해결을”

▲극심함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21일 현재 20%의 저수율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텅 비어 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강릉 지역이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8만 강릉 시민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21일 현재 20.1%(평년 69%)로 뚝 떨어졌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방식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고, 시민들도 대대적인 물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릉단오제보존회는 오는 23일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까지 지내기로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물 걱정 없이 여름을 나고 있는데, 유독 강릉 지역에서만 물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백두대간을 넘지 못한 비구름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강원도 영동지역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41.5%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3개월 동안 241.4㎜의 비가 내려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의 580.5㎜에 크게 못 미쳤다.
강릉의 경우 범위를 6개월로 넓혀도 강수량이 392㎜로 평년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강원 영동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은 평년 대비 90% 이상의 강수량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3개월 동안의 평년 대비 강수량 비율(%). 강원도 영동지역의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자료/기상청)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강원 영동 지역 가뭄과 관련한 정확한 기상학적 분석은 8월 말이 돼야 나올 예정"이라면서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한 비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한 것이나 바람의 방향 때문에 비구름이 영동으로 비껴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일단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부지방에서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형성돼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방에는 폭우 피해가 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태백산맥 너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산맥을 넘어가면서 공기가 더 건조해지기도 했다.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이 단 한개도 없다는 것도 영동지역 가뭄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강릉 지역에 가뭄이 자주 발생하지만, 태풍이 오면서 가뭄을 해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자료=기상청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1991~2020년) 통계로는 8월까지 2.5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단 한개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특히 이날 일본 규슈 근처에서 발생한 12호 태풍 링링도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이기지 못한 채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한반도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비가 덜 내리는 기상학적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내놓은 1개월 기상 전망에서 강원 영동 지역은 9월 14일까지 강수량이 평년 수준에 머물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정부, 지자체, 민간 가뭄 극복 노력
강릉 지역 주민들이 의존하는 오봉저수지는 1983년 준공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저수율 하락에 따라 제한급수에 돌입한 상태다. 공공수영장의 운영을 중단하고, 분수 등의 시설도 사용을 제한했다.
하루 100톤 이상 물을 많이 사용하는 수요처 197곳을 대상으로 수압을 낮춰 물 사용을 줄이도록 했고, 공공기관과 시민을 대상으로 물절약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간 강원 강릉시가 남대천에서 용수 확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아래 남대천의 물을 오봉저수지로 관을 통해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강릉시는 저수율이 15% 이하로 내려가면 계량기의 75%를 잠그고, 저수율이 0%에 가까워지면 가구별로 생수를 지급하고 전 지역을 대상으로 급수차량을 이용한 운반급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형 건물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하고, 남대천·구산농보의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전환해 하루 1만톤의 물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도 행정안전부·농식품부·환경부 합동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들어갔고, 생수 2만9000병을 긴급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수돗물 '아리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물 문제 해결할 근본 대책 마련을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올해와 같은 물부족이 자주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릉에서 남서쪽으로 16㎞ 떨어진 도암댐의 물을 활용하자는 논의다. 백두대간 너머 평창에 있는 도암댐은 1990년 남한강 최상류인 송천을 막아 만들었으며, 수력발전을 하면서 물을 강릉 남대천으로 방류했다.
하지만 댐 수질 악화로 시민들이 반대하면서 2001년 발전과 방류를 중단했다. 당시 일정하게 방류한 게 아니라 초당 16톤에 이르는 '흙탕물'을 하루 6시간씩 간헐적으로 방류하는 바람에 불편을 준 것도 시민들의 반발을 산 원인이었다. 지난 25년 동안 도암댐의 물은 남한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토목공학과) 교수는 “백두대간 동쪽 강릉지역은 경사가 심해서 충분한 저수량을 가지는 댐이나 저수지를 지을 곳이 없다"면서 “도암댐 물을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한다면 오봉저수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하댐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지만,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어렵고 실제 건설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도암댐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강원연구원 환경연구부 전만식 연구위원은 “그동안 도암댐 수질은 크게 개선된 데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질을 탓할 수도 없다"며 도암댐 물 이용에 찬성했다.
전 연구위원은 “지난 25년 동안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도암댐에서 발전 방류를 할 수는 없다"면서 “발전설비나 송배전 설비를 교체하는 데 3~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댐을 일정하게 방류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전 연구위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