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우크라사태, 석유비축 전략 다시 짜는 계기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02 10:02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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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물론 이런 러시아 침공의 표면적 명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옛 소련지역으로의 동진(東進)정책 저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 국내외 정치 상황 타개와 함께 경제, 특히 에너지경제 측면에서의 전략적 의도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 확대로 인해 앞으로 석유·천연가스 수요감소에 대응하여, 현재의 고유가 상황을 유지하는 한편,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속해서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천연가스의 경우 2020년 기준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약 34%, 특히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PNG)는 약 80%로, 러시아는 명실상부 유럽 역내 천연가스 공급의 큰 손이다. 이러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유럽 내 비축재고로 어떻게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공급중단이 확실시되는 우크라이나 경유 수입 물량을 대체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독일 등이 러시아 경제 제재의 하나로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등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가스공급 중단 조치까지 단행한 것은 아이러니다. 물론 미국 및 아시아 LNG로 부족분을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타이트한 수급 여건을 생각한다면, 유럽 가스 허브에서의 가격 급등은 물론, 전 세계 LNG 가격 급등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유럽행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차질로 인한 여파는 자연스럽게 가스 대체재로 석유 수요증가로 이어져 국제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러시아는 2020년 기준 세계 수출량의 약 11%를 공급하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이다. 이로 인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여유 생산능력 축소 등 국제 석유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어 가뜩이나 국제유가 상승국면에 있는 가운데, 자칫 제3차 오일쇼크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 속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대러시아 경제 제재 대상에서 러시아 석유 수출을 제외한 점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면전 발생으로 러시아 수출물량의 일정정도 감소는 불가피하는 점에서 국제유가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적 충돌 시 국제유가는 상당 기간 배럴당 100∼125선에서 등락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최대 150달러 수준까지 폭등할 수 있음을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석유공급 여건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다시금 석유비축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석유비축은 이번과 같이 단기적인 국제유가 급등 등에 대비해 미리 일정 규모의 석유를 구매, 비축하고, 공급 차질 시 방출하여 효과적으로 국내 석유공급을 안정시키는 정책 수단이다.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1980년부터 4차례에 걸쳐 석유비축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비축시설과 비축유 확보를 진행하여, 현재 약 1억 4600만 배럴의 비축시설에 약 1억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비축물량까지 합산하면 대략 2억 배럴의 비축유가 국내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석유비축은 최근 탄소중립 추진으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비록 이번 사태에서 보듯 그 유용성이 분명히 입증되고 있지만,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향후 국내 석유 수요감소 전망은 그만큼 석유비축 자체의 필요성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석유비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그동안 국내 석유비축은 석유의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시를 대비하여 석유를 역내에 ‘보유’하는 개념으로 소극적·수동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석유를 단순히 ‘보유’하는 행위는 유지·관리비용 등 명시적 비용을 포함하여 막대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보다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석유를 단순히 보유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국민경제 차원에서 암묵적인 기회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석유비축을 그 동안의 소극적·수동적 ‘보유’의 개념에서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인 ‘활용’의 개념으로 전환함으로써, 비록 탄소중립 추진으로 인해 석유 비축 규모를 부득이하게 조정하더라도 보다 효율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석유비축 전략을 다시 짤 것을 제안한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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