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석패한 이재명, 지방선거 구원투수?...대선 ‘징크스’와 ‘인물 실종’ 사이 선택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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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선대위 해단식을 마치고 당직자들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대선 이후 지도부 총사퇴로 쇄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에서 6.1 지방선거 ‘이재명 역할론’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대선 패배 뒤 ‘책임 국면’ 없이 당 지휘권을 잡은 인사들이 이후 정치적 타격을 더 크게 입은 사례가 적지 않지만, 쇄신을 책임질 간판급 주자가 마땅치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우선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총사퇴 끝에 오는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키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윤호중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은 초선 박성준 의원이 맡는다. 윤 원내대표는 늦어도 13일까지 여타 비대위원 인선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 전부터 대선 지휘를 함께 했던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장을 맡는 것이 적절한 쇄신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 경선 중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하차한 김두관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위성정당을 만들 때 사무총장이었고, 제대로 된 개혁입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로는 위기 수습과 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며 "윤 원내대표는 의원들께 비대위원장을 맡겨달라고 호소할 일이 아니라 국민께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당 지도부는 다시한번 이재명 상임고문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검토해달라"며 "이재명 고문께서도 비대위원장 수락을 전향적으로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동료 의원들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향해서도 "서명운동도 좋고 입장 발표 릴레이도 좋다. 당의 혁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윤호중 비대위를 막아내고 이재명 비대위를 꼭 출범시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실제로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해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대선 패배 당일 민주당 상임고문직을 수락한 이재명 고문 역시 전날까지 "이재명이 진 것이지 위기 극복과 국민통합을 바라는 시민의 꿈이 진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역할을 완전히 놓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경기지사 출신인 이 고문은 이번 대선에서 경기·인천 지역 표심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보다 더 많이 끌어왔다. 이들 지역은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부산(오세훈·박형준)에 이은 최대 표밭으로 민주당으로서는 사수가 절실하다.

이 고문 외에 당 쇄신을 주도할 ‘간판급 인사’들이 마땅치 않은 점 역시 고민 지점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 간 법정 소송이 이어졌을 정도로 이 고문 측 세력과 간극이 크다. 특히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해에는 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치르게 된 재보궐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꾸면서까지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지휘했지만 패배했다.

대선 경선 3위를 했던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 역시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불리는 윤 당선인과의 악연이 깊다. 윤 당선인 임기 초부터 대놓고 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했다고 읽힐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밖에 국회의장·국무총리 등을 지낸 정세균 전 총리도 이미 유시민 전 장관에 이어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태다.

다만 이런 환경에서도 이 고문이 실제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게 될지는 미지수다.

소수점 격차 박빙이긴 했어도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책임을 지는 기간을 갖지 않고 바로 쇄신 목소리를 내게 된다는 점이 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대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쟁자들이 당내 인물난 끝에 7회 지방선거 전부터 당 지휘권을 잡았다.

그러나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맡았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광역 시·도 지사 17곳 중 14곳을 내주는 사상 최대 대패를 당했다. 이후 당 대표에서 물러난 홍 의원은 미국행을 택해 잠행을 이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각각 1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대표직을 맡아 두 당을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유 전 의원이 당 공동대표로 나섰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안 대표는 당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도 밀린 3위로 낙선한 뒤 출국했고 당 소속으로 단 1명의 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한 유 전 의원 역시 대표직을 내려놨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패배한 이후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줄 수 없다는 당 일각의 요구를 수용, 전면에서 물러났다.

문 대통령은 6회 지방선거에서도 별다른 중책을 맡지 않다가 20대 총선에서까지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킨 뒤 불출마했다. 이후 탄핵 국면이었던 19대 대선에서는 2위인 홍 의원에 20%p 가까운 득표차로 승리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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