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삼성, 고객이 두렵지 않습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2 14:38

이진솔 산업부 기자

이진솔

지난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앞은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9시에 맞춰 트럭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트럭 전광판에는 ‘갤럭시 GOS 피해자는 고객인데, 왜 임직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는 거예요?’ 등 최근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를 성토하는 소비자 메시지가 띄워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지휘하는 노태문 사장이 지난 10일 내부 직원에게만 사과하며 불만을 키운 것을 비꼬는 목소리였다.

주총이 시작되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GOS 관련 송곳 질문을 쏟아냈고 신뢰도 하락 우려에 대해 경영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부회장은 "주주와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최상의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히고 단상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주주들은 계속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노태문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놓고 일부 주주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노태문 사장 지휘 아래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원가절감에 주력하다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됐다며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주가 하락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97%에 달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소액주주 움직임이 당초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불과했던 탓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노태문 사장 부결 운동이 함의하는 바는 적지 않다. 문제를 제기한 주주들은 대체로 10대로 보이는 앳된 모습부터 20대와 30대에 속하는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주요 소비층으로 삼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일부 소비자는 노태문 사장이 2020년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면서 소재를 간소화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해왔다. 여론을 뒤집고 브랜드 신뢰도를 다시금 높이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주총 트럭 시위에서 한 소비자가 띄운 메시지다.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십시오. 고객이 두렵지 않습니까?’ 고 이건희 회장님이 애니콜 불량품 보고하신 말씀인데, 지금 삼성이 들어야 하는 말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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