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 정부, '석탄발전 상한제' 완화 등으로 전기료 인상 억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8 15:17

산업부, 인수위에 석탄발전상한제 탄력시행 등 방안 보고



'SMP 상한제 도입, 발전용연료 세율 한시 인하, 전력시장 정산기준 개편' 등도 포함



에너지업계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지키면서 한전 적자도 덜기 위한 고육책, 그래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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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기요금 관련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한국전력공사 적자 해소와 전기요금 인상요인 걷어내기에 나설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가동을 제한하는 석탄발전 상한제를 완화하고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전력도매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액화천연가스(LNG)·유연탄 등 발전용 연료에 적용되는 할당관세 또는 개별소비세 등의 세율도 한시적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원자력 발전 가동률 상향 추진과 함께 윤석열 당선인의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은 발전비용이 비교적 싼 것으로 분석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과 환경문제로 탈원전·탈석탄을 추진하면서 가동 제한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말 글로벌 에너지대란과 겹쳐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커지자 인수위와 산업부가 긴급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4일 인수위 업무보고 때 전력시장·요금 안정화 대책 마련·시행을 보고했다.

이 보고 내용엔 △LNG 수급불안에 대응해 전력수요 여건 등을 감안한 발전 공기업 석탄상한제 탄력 시행 검토 △연료비 급등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도록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개편 △전력시장 정산기준을 정비해 발전비용 과다 정산요인 제거 △발전용연료 세율 한시 인하로 요금인상 압박 완화 등이 담겼다.

석탄발전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4∼11월 중 발전공기업(한전 산하 5개 화력 발전사)을 대상으로 석탄발전상한제 운영 결과를 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반영했다. 석탄발전상한제는 미세먼지가 많아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는 당해연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4개월간은 강제되고 4∼11월엔 권고됐다. 그러나 정부는 경영평가를 수단으로 4∼11월에도 발전공기업의 석탄발전상한제 운용을 사실상 강제해왔다.

산업부의 이번 보고 사항 중 SMP 상한제도 주목된다. 보고서엔 ‘개편’으로 표현됐으나 신규 ‘도입’으로 해석된다. 현재 SMP는 상한선 없이 연료비 도입가격 및 시장 수급 등에 따라 결정된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SMP는 지난달 기준 KWh당 197.3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94.3원의 무려 2배를 넘었다. 월평균 기준 과거 SMP 최고치는 지난 2012년 7월 KWh당 185.1원이었다. SMP가 무한정 뛰게 될 경우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비싸게 사오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전기소비자에 청구되는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SMP에 상한선을 둬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용 연료 세율의 한시 인하도 관심거리다. 산업부는 LNG 할당관세 면세 기간을 추가 연장하고 유연탄의 개별소비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LNG 할당관세는 오는 7월을 시한으로 한시 면제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이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전기요금 인상압박이 커지자 응급처치에 나선 모양새다.

윤석열 당선인이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한 만큼 4월 소매요금 인상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도매요금 인상요인이라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정산가격을 제한해 발전사 이익을 줄여, 한전의 적자를 일부 보전해 주면 당장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산업부는 발전용연료 세율 한시 인하로 요금인상 압박을 완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앞서 인수위가 원자력발전 가동률을 80%대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것도 저렴한 발전원 가동을 확대해 한전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국민 생활 안정 위해 에너지 가격 및 전력시장 조기 안정화,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 에너지 복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전 측은 "2분기 요금조정안은 2분기 전에 발표가 되어야 하는 만큼 이번 주 내에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까지 산업부로부터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사실상 2분기 요금인상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당면과제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보인다"면서도 "다만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인다고 해도 이미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인상 요인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한전은 생산 원가가 가장 높은 발전기의 가격인 ‘SMP’ 기준으로 전력을 사들인다. 원자력·석탄·LNG 발전소에 동시에 전력을 구입 해도, 가장 비싼 LNG 발전소 가격을 기준으로 전체 전력 구입 가격을 정산한다. 이에 따라 최근 같이 LNG 비용이 치솟을 때는 한전의 부담이 커지고, 저렴한 연료원을 쓰는 발전소는 이익이 늘어난다.

특히 발전 원가가 거의 없는 신재생에너지는 SMP에 보조금까지 더 얹어 전력을 구입해 주고 있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보존해 준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전력 구입 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상한가격을 두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평균 SMP(197.32원/㎾h)는 지난해 2월(75.44원/㎾h)보다 161.5% 급등했다. 연료비 부담이 늘어도 전기요금을 쉽게 올릴 수 없는 한전은 이 비용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전 적자 폭이 올해 10조~20조원이 될 거란 분석까지 있다.

다만 민간발전사들은 전력정산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전 발전자회사는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보전해 줄 수 있지만 민간 발전사는 이런 보호 장치 없이 전력을 파는 가격만 깎이기 셈이다.

산업부는 연료비 급등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과다정산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가 커졌다고 전력 구입비용을 제한한다면, 그로 인한 민간 발전사의 손실도 보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취지에 맞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에너지 공공요금을 시장원칙을 기반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구입비를 줄이고 정산가를 제한하는 것은 발전사의 이익을 줄여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는 것은 근본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라 힘든 민간발전업체의 입장에서는 가격 제한까지 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 가격제한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새정부에서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전력시장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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