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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의 악재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증시 중 미국 대형주가 안전한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리스크들이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왔던 만큼 ‘빠질만큼 빠졌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의 호실적 기대감도 또 다른 긍정적인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리스크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그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미국 증시, 특히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에서 찾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2주 동안 8% 넘게 오르면서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하락세를 모두 만회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 가량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지난달 24일 종가 대비 3% 넘게 올랐다.
글로벌 악재들이 시장에 난무하고 있지만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래퍼 탱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탱글러 최고경영자는 "시장은 무정한 것으로 느껴지겠지만 이게 맞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연준의 ‘빅 스텝’ 가능성 등으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이 5월과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각각 70%, 60%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5월, 6월, 7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50%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는 각각 2.50%, 2.30%대로 급등하는 등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어 장단기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0.20% 포인트를 밑돈다. 이로 인해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를 웃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현재 투자처를 찾는데 있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들이 최상의 선택지라고 입을 모은다. 실적이 좋을 경우 대형주 기업들이 중소형주들에 비해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탱글러는 "미국의 대형주들은 믿음직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피난처로 여겨진다"며 "질 좋은 주식들을 사기 위한 기회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증시는 국제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경기 성장 둔화 가능성을 거의 대부분 반영했기에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지나 마틴 아담스 수석 전략가도 "증시는 단기 지정학적, 또 금리 인상 리스크를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망 리스크에 익숙해지고 매출 추정치가 갈수록 개선되고 있어 실적 전망치 또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S&P 500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배당에 이어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이어오고 있는 점도 또 다른 호재다. S&P다우존스인디시즈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이 작년에 총 8820억 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2018년 종전 최고치보다 9.3%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부양하는 방안으로, 기업들의 주요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미국 대형주에 이어 애플, 알파벳(구글) 등 빅테크에 대한 매수 기회가 포착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튜어드 파트너스 글로벌 어드바이저리의 에릭 베일리 전무는 "팡(FAANG)을 비롯한 빅테크들이 복원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들이 20% 넘게 빠진 상황을 두고 매수 기회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국 대형주를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에 대한 긍정론이 펼쳐지고 있지만 리스크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기술적인 차원으로 현재 S&P 500 지수는 현재 200일 이평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며 "지수가 이 수준을 넘어 지난 2월 최고치인 4590선을(현재 4543) 돌파할 수 있다면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할 경우 상승세를 역행하는 추세가 펼쳐지는 신호로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