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잡아라"…증권사, 비상장사 분석 영역 확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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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비상장사 분석 전담팀을 만드는 등 장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기자본(PI) 투자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으로 인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데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어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24일 첫 비상장기업 분석 리포트 ‘비상장회담, N잡러의 시대’를 발간했다. 이번 리포트 발간을 시작으로 비상장기업뿐만 아니라 비상장기업이 속해있는 산업과 이슈까지 심층 분석하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비상장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이었던 오세범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도 했다.

KB증권은 이미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비상장사 전담 조직을 꾸렸다. 현재는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에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해 유망 기업에 대한 조사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기존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PI와 VC 경험이 있는 외부인력을 충원했다. KB증권은 대형 비상장기업에 대한 선제적 리서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도 개최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도 작년 비상장벤처팀을 만들어 비상장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MZ세대 뿐만 아니라, 고액자산가들도 장외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기업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각 산업 전담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섹터 내 비상장 유망기업을 발굴하는 형태로 비상장업계를 분석하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도 비상장기업 투자 포럼을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삼성증권은 포럼으로 모빌리티, 프롭테크, 바이오 등 업종별 밸류 체인에서 주목받는 비상장기업을 발굴·소개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비상장사에게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비상장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BDC 도입이 임박해져서다. BDC 도입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를 거치고 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올해 상반기 도입될 전망이다.

BDC가 투자하는 기업 목록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거래소를 통해 언제든 투자할 수 있다. BDC가 도입되면 비상장 투자 시장의 규모는 커지게 되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중요성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PI투자를 위해서 기업의 상세 데이터가 필요하기도 하다. 올해 들어 IPO도 줄어든데다, 주관·인수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만큼 수익 다각화를 위해서다. PI투자는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 주력해 왔는데, 최근엔 대형 증권사들도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IPO 대표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한 선제적 전략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통상 증권사들은 IPO딜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PT) 등으로 경쟁하는데, 꾸준히 분석해 놓는다면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전 기업에 미리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구미를 당겼다. 국내 유일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의 시가총액 규모는 40조원으로 2년 만에 29조원이 늘어났다.

특히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 유니콘 기업들이 장외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SSG닷컴 등 대형주들의 상장이 예고돼 있기도 하다.

증권사들은 본격적으로 비상장사 분석에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 감소에 따라 높은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비상장사 주식투자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BDC 도입으로 투자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장사 리포트를 찾는 수요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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