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전, 대통령 전유물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9 17:24

전지성 에너지환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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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에너지환경부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심화되면서 올해 20조 적자, 부도설에 민영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전의 상품인 전기가 원가보다 낮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반시설이자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라는 오래된 이유로 국가가 요금을 정책적으로 관리하며 재화를 생산하는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원가가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겠다는 모순적인 방침을 내세워왔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 누진제 완화 등 각종 정책비용 확대로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광고가 필요 없는 회사인데도 정부 입김에 따라 2018년 평창 올림픽 때 800억원을 기부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대통령 공약 사업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여왔다. 민간 기업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새정부에서도 에너지믹스와 정책의 방향만 달라질 뿐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떠넘긴다는 이유다. 코로나19 장가화와 글로벌 에너지가격 인상과 물가 상승 추세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명분도 있다.

이 부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항상 주식회사인 한전과 전기요금을 포퓰리즘식으로 운영해왔다. 전기요금에 원가 반영이 안 돼 요금 상승 요인이 있어도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조정하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면서도 요금은 올리지 않는다.

계속 이런 식이면 결국 부도로 이어지고 민간에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활필수 공공재인 전기를 공급하는 동시에 가격을 결정하는 한전을 시장에 팔게 된다면 시장논리로 전기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역시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명분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적자 운영으로 결국엔 국민세금으로 메우거나 민영화돼 요금이 오르면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식회사 한전은 대통령 공약을 수행하는 기업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이끌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의무가 있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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