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반도체동맹' 맞아…삼성, 인텔과 역차별에 발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9 15:04

미 하원, 인텔 등이 보조금 독식토록 법안마련…바이든 결정 남아



삼성·TSMC, 미 정부에 ‘반도체 지원 공평해야 이뤄져야’ 문건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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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반도체 패권을 손에 쥐려는 미국의 요청에 현지 생산시설 설립을 결정한 삼성전자가 정부 보조금을 독식하려는 인텔 등 현지 반도체 기업들과 미 의회의 역차별 움직임에 발끈했다. 인텔 등 일부 미 반도체 업계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몰아달라는 몽니를 부리자 내용은 정중했지만 불편한 심기를 담은 문건을 전달한 것.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미국 정부에 ‘외국 기업에도 공평하게 반도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했다.

29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TSMC는 미 상무부 의견 요청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담은 문건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문건에서 외국 기업에도 미국 기업과 차등 없이 인센티브가 제공되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기업 국적에 상관없이 자격을 갖춘 모든 기업이 ‘공정한 운동장’에서 미 정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주문했다.

TSMC도 미 상무부에 "본사 위치에 따른 자의적인 편애와 특혜는 효과적인 보조금 사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기존 공급망을 중복해서 만들려 해선 안 되고, 혁신을 추동하기 위해 외국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민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품목이자 첨단산업 주도권을 결정할 기반으로 보고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자국 내 생산 거점을 세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대해 40%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반도체지원법(CHIPS for America Act)’을 준비했다.

막대한 보조금 예산도 확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미 상원에서 ‘혁신과 경쟁법(USICA)’이 통과된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 하원에서 ‘미국 경쟁법’이 가결됐다. 두 법안은 모두 520억달러(약 63조 4000억원)에 달하는 연방정부 반도체 보조금 예산을 담고 있다. 이르면 올해 2분기에 보조금 지급 범위와 항목 등을 구체화하는 조정기간을 거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종 예산을 확정할 방침이다.

관건은 보조금을 외국 기업에 지급하는 게 타당한지 여부다. 미 반도체 업계는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세금 퍼주기’라는 논리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과 마이크론이 내세우는 주장은 미국내 반도체 생산비가 비싸기 때문에 한국과 대만 업체에 비해 비용 대비 수익 측면에서 불리한 자국 업체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몰아달라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약속하긴 하지만 주력 제품은 여전히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미 상원에서 처리된 법안에는 미국 기업과 해외 기업을 차별하는 내용이 없다. 하지만 하원 심사 과정에서 소수 의원들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모든 미국 반도체 업계가 외국 기업 차별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미국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국적에 상관없이 지원금 제공해야한다는 의견을 펼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버트런드 로이 미 SEMI 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일본, 유럽, 북미 등의 여러 회사에 의존하는 고도로 복잡한 생태계"라며 "자국에서 반도체 산업이 번성할 환경을 조성하려면 이런 지원금을 모든 참여 기업이 국적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아시아 지역에 세우는 것보다 원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원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에 내재화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한 혜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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