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리슨 투 유(Listen To YOU)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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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끝에 가서야 처음이 완성되는 소설이다."

2003년 ‘장대비 증후군’으로 등단한 박진 작가가 신간 ‘리슨 투 유’를 펴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소설 ‘질투’를 떠오르게 하는 한국적 누보로망이다. 기존 소설과 결이 다른 구성과 서사, 묘사의 방식을 가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는 지성인 혹은 지식인이란 작가의 위치가 독자와 같거나 때론 아래에 존재한다. 이는 현대소설이 문학시장에서 새롭게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제안이라는 평가다.

지금까지의 소설이 추구하는 서사 방식 즉, 작가의 윤리나 사상을 드러내는 형식은 전통적이다. 이는 창작의 근간에 뿌리내린 작가의 우월의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단어, 문장, 색다른 시각 등을 통해 작가의 ‘어떤 것’을 알리는 서사로 일관된다.

물론 작가의 서술방식이나 문법적 변이, 시대적 시각 등의 적용이 ‘다름’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고착화된 소설의 형태 안에서 달라진 것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독자를 문학에서 멀어지게 했다는 점이다. 이미 독자는 웬만한 작가의 지적 수준을 넘어서 있으며 폭넓은 경험과 활동을 영위 중이다. 가수를 뛰어 넘거나 기술자를 조롱하거나 심지어 의사를 무색케 하는 일반인이 넘친다. 그들은 다양한 소통 툴로 매일 매일 급격한 성장을 이룬다. 문학은 이에 발맞추지 못한 채 분량을 줄이거나, 자극적 소재를 다루는 방식의 대응에 그쳤다.

이런 관점에서 ‘리슨 투 유’를 다시 봐야 한다. 신간은 독자의 진지한 개입과 재구성의 통로를 제공한다. 작가는 ‘듣기’를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격’으로 바라보지만 그것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나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또 3인칭 소설의 호칭방식, 시간과 공간의 역할, 기승전결의 흐름 등에 저항한다.

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학 교수)는 이 책을 이 같이 해설했다. "사물 아래 앉은, 그리고 사물 위에 앉은, 사물 같은 인물들이다. 사물과 인간 중 어느 쪽도 우세해 보이지 않는 이러한 묘사는 여러 페이지에 걸쳐 펼쳐진다. 한 인물이 주인공이 돼 하나의 줄거리를 끌고 가는 기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소설형식이라는 점은 이렇게 확연해졌다."

신간 ‘리슨 투 유‘는 모두가 똑똑해진 시대에서 소실된 ’듣기‘의 부활을 염원하는 기도다. 모든 기도가 그렇듯 부탁일 수 있지만 강요일 수 없다. 작가의 독백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자위다. 작은 바람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서로 간에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듣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 그것이다.



제목 : 리슨 투 유(Listen To YOU)

저자 : 박진

발행처 : 그림과책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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