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에 세 부담 전가… 임대차 시장 혼란 가중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17.22%가 상승하면서 다주택자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임대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다주택자가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월세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이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임차인에 세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아파트 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5일 보증금 3억5000만원·월세 135만원에 계약됐다. 해당 매물의 직전 계약이 보증금 4억5000만원·월세 100만원에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보증금은 1억원이 줄고 월세는 35만원이 늘어난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 108㎡도 지난달 2일 보증금 5000만원·월세 221만원에 계약됐다. 2년 전인 2020년 보증금 5250만원·월세 21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 보증금은 줄고 월세는 10만원이 올랐다.
급등하는 월세 가격에 편승해 전세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압구정동 현대 9차 전용 183㎡는 지난 1일 전세 23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에서 나온 전세 최고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31일 전세 8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는데 이는 지난달 은마 아파트에서 거래된 임대차계약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9단지 전용 106㎡는 지난달 16일 보증금 1억원·월세 250만원에 계약됐다. 해당 매물의 직전 임대차 계약은 전세 6억5000만원이었으나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늘리는 계약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2401건 가운데 전세(8119건)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는 4282건으로 전체의 34.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임대차 거래 1만6702건 가운데 월세 거래는 34.0%(5685건)를 차지했고 지난 2020년 같은 기간에는 임대차 거래 1만4351건 중 월세 거래가 28.7%(4120건)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되는 임대차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데는 다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은 꾸준히 예견돼왔던 부분으로 전·월세 가격 급등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금리 인상 등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부추기면서 다양한 요인들이 임대차 시장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7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매물이 시장에 등장하면 임대차 시장 혼란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7월 이전에 임대차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예외하는 조치를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임대차 시장 혼란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 시장에 주택 매물이 많이 나올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며 "매물이 늘어나면 주택 가격이 안정됨에 따라 매매가격에 연동해 움직이는 전·월세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iryeong@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