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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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
우리나라에서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지난달 9일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과 그 기반이 되는 기술이 갖는 위험을 완화하고 혁신을 이끌기 위한 최초의 범정부 차원 접근이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히 드러났던 ‘바이든 정부는 암호화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우려스런 분위기도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
주요 내용은 소비자 및 투자자 보호, 금융 안정, 불법 금융,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경제적 경쟁력, 금융 포용, 그리고 책임있는 혁신 등 6가지를 주요 우선 순위로 하여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행정명령에 따르면 빠르게 성장한 디지털 자산을 위험의 원천이 아니라 금융 혁신의 원동력으로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을 통한 글로벌 금융시스템 및 경제적 경쟁력에서 미국이 선도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행정부내 여러 감독기관간 업무와 역할을 정하고 이를 조율하려는 것이고 세밀한 정책은 미흡하다. 레버리지가 큰 파생상품 거래라든가 수십억 달러의 대규모 거래 등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나 참가자 및 플랫폼에 대한 추가 요구사항은 담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90일에서 1년 동안 행정부내 관련 부처에서 일련의 보고서 작성, 평가 및 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행정명령이 갖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즉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대중적인 수용성이 높아져 범지구적 현상으로 발전한 디지털 자산과 기반기술을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에 3조 달러를 넘어서 아직은 기존 금융시장에 비하여 작으나 5년 전 140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그 빠른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지난해 9월에 실시한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16%(약 4000만명)가 암호화폐에 투자·거래 또는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2015년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1%만이 같은 질문에 응답하였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미국 성인 전체의 86%에 달한다. 2015년 같은 조사에서는 48%였다.
사실 그동안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였는데 우선은 최초 10년 동안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이 충분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화된 암호화 코인과 토큰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물방울처럼 사라지는 열광과 허무의 반복이 한몫하였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디지털 자산의 가치평가를 위한 비즈니스 기반이 부족하였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에 기존 중앙화된 금융체제는 대부분이 ‘탈중앙화된 금융(DeFi)’으로 복제되고 있으며 또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비즈니스적인 계약, 지불, 인도의 일련의 절차가 블록체인 기술기반으로 자동화(smart contract)되면서 새로운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다만 아직도 디지털 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금의 변동성보다 두 배이상 크면서 안전자산으로 금의 대체물이 되거나 아니면 인플레 헷지 자산으로 지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빠르게 증가하는 디지털 자산의 수용성은 해당 자산의 유동성을 높임으로써 가격의 변동성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우리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도 디지털 자산과 그 기반기술을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글로벌 금융시스템 및 경제적 경쟁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수의 특정 부처가 귀속된 감독과 감시의 도구를 어떻게 쓸 지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서로 조율하고 균형을 잡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실천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장은 금융감독당국이 손에 든 몽둥이를 버리고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지켜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