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메타버스, 한국에 블루오션 되려면

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2000년대 초반 국내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그 시대 어떠한 글로벌 SNS보다 사용자들에게 재미있고 영향력이 있었다. 미니홈피에서는 아바타 역할을 하는 미니미가미니홈피에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예쁜 옷을 사 입고, 음악도 틀고, 배경 스킨도 바꾸고, 가구는 물론 가전제품을 공간에 채워서 내 가상의 홈에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 그 세계의 특별한 가상화폐, ‘도토리’가 필요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필자의 동년배들은 싸이월드에서 현실세계 만큼의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교감하며 감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Metaverse)를 경험했다.

메타버스란 ‘가상,초월’의 뜻을 가진 메타(meta)와 ‘우주,세계’란 뜻을 가진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우리가 살아왔던 물리적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단순한 가상 공간이 아니라 현실과도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하고 사회적,경제적 기회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임형 가상 세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가상 세계는 상상력과 소프트웨어 기반 그래픽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제약과 법칙에 구속받지 않는 것들이 많다. 무한한 확장 가능성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사용자의 위치정보, 생체정보, 소비습관, 상호 대화와 행동 패턴 기록 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축적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의 온라인 환경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데이터 용량과 복잡성의 정보기술(IT) 관리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에 더 가까워지고 여러 산업에 융복합 서비스로 적용되면서 메타버스화 된 은행지점과 금융 서비스도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은행 대부분이 메타버스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또는 자체적으로 메타버스에서 금융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가상의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머지 않아 다양한 디지털 기술, 특히 핀테크 기술이 결합되어 메타버스에서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화폐를 통해 재화가 거래되고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메타버스에서의 경제활동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면 사용자들은 특히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형태의가상 자산 소유권을 획득하고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무척 용이해지고 강화된 보안 환경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은행의 메타버스 지점에서 NFT를 구매하고 다시 판매할 수 있다면 필자가 기대하는 메타버스의 경제 가치 창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할게 틀림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메타버스가 금융 서비스와 접목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나 각종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도 크다. 메타버스의 확장된 디지털환경에서는, 특히 보안영역에서의 신분 인증, 개인정보 유출과 데이터해킹 범죄 같은 금융 관련 파생 문제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할 메타버스도 당연히 인간의 판단이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비의도적인 편향성, 편협성 혹은 차별성을 내포하게 될 위험도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도 사회적인 지위와 위치, 경제력에 따라 정보 편중과 그에 따른 새로운 부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게임과 휴대폰중독자’처럼 현실을 망각하고 일상 생활보다 가상세계를 우선시하는 ‘메타버스 중독자’도 등장할 것이다. 이런 중독자들은 전두엽의 미성숙으로 더 큰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 쾌락 행위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와 올바른 규제를 통해 인간 윤리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이에 메타버스에 적용 가능한 윤리 가이드 라인과 함께,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수많은 정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에 대한 요구가 증가된다.

더욱이 가보지 않은 세상에 대한 시스템 보호 및 관리 정책은 특히 금융에 관련된 영역에서 더 철저히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동향을 살피고, 여러 가상 시나리오를 적용해보고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협의체가 다수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한 협의체들이 우리 정부와 민간의 협조를 통해 선제적인 다양한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마련한다면 우리나라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선점해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