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국회 표류...尹정부 '자율규제' 시험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4.10 15:52

중소기업계 "온라인몰 갑질 다른 업태보다 많아" 국회통과 촉구



온라인플랫폼은 "영업정보 유출로 경쟁력 약화 초래" 강력 반대



새정부 진용 바꾼 공정위 '자율 규제' 적용 법안 수정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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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3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관련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온라인 플랫폼 업계가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통과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온플법 관련해 최근 업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윤 당선인이 기업 정책에서 자율 규제를 표방하고 있어 온플법 입법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온플법 통과를 요구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온라인 플랫폼업계는 ‘자율규제에 역행하는 처사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플법은 현재 1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지난해 법안소위에서 온플법과 관련해 2차례 논의가 진행됐으나 대선 이슈에 파묻혀 논의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온플법 입법은 아직 초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온플법 통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선거가 끝나야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온플법 통과를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중소 입점업체들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매출 기준 중소 입점업체들의 온라인 플랫폼 매출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온라인 쇼핑몰과 거래에서 납품업체가 겪은 불공정거래 경험이 다른 업태보다 높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유통분야 서면조사(32개 대규모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7000개 납품업체 대상)’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체가 불이익을 주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물품구입을 강요한 경험은 온라인쇼핑몰(7.9%)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TV홈쇼핑(7.1%), 대형마트·SSM(3.3%), 아울렛·복합몰(3.2%) 등 순이었다.

상품 대급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3.8%)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아울렛·복합몰 (0%), 대형마트·SSM (0.4%), TV홈쇼핑 (0.7%) 순이었다.

따라서 중소기업계는 온플법 통과가 시급하다며 국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로 비대면거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온라인플랫폼은 시장 접근을 위한 필수 통로"라며 "그러나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강력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을 바탕으로 일방적 거래조건을 강요, 입점업체 중소상공인의 부담과 애로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시장 거래 공정화를 위한 ‘온플법’의 조속 제정이 필요하다"며 "다만, 제정법은 주로 거래관계 공정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과도한 판매수수료와 광고비 등 비용부담 완화 방안도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각국은 현재 관련 규제 법안을 속속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특정 앱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 유럽연합(EU)도 ‘디지털시장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업계는 온플법 추진은 과도한 규제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온플법은 수수료 부과, 절차 관련 필수 기재 사항 명시한 표준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검색 알고리즘 공개 등이 핵심내용이다. 업계는 이런 온플법이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와 알고리즘은 기업 핵심 영업정보로 (법 제정으로) 공개되면 해외기업들이 들어와서 정보를 취득하고 활동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온플법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AI(인공지능)·데이터 분석 기술을 장려하고 있는 국가 정책과도 역행하는 제도로 "소비자 편익 저해에 따른 국가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했다.

업계와 국회의 엇갈린 움직임 속에서 최근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업 정책에 있어 ‘자율규제’를 표방하고 있어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 뒤 진용을 새로 바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플법안에 수정 손질을 가할 지 여부다.

대통령 인수위 경제1분과는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온플법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다. 인수위가 온라인플랫폼과 관련해 복수의 협·단체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온플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자율 규제’ 방침에 따른 법안 손질 여부에 따라 온플법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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