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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전력]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의 정책사업에서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일부로 조성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의 지원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전환, 탄소중립화 등 정부 정책사업 수행에서 한전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한전의 재무상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5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도 지난 한 해 전체 규모에 이르는 손실을 보인 것으로 추산됐다. 올 한 해 적자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전력산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파른 발전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다면 ‘정부 쌈짓돈’으로 불리는 전력기금 활용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주요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의 물가 영향을 적지 않게 보고 전기요금을 잇달아 동결했다면 전기요금을 주 수입원으로 사업하는 한전에 대체 수입원을 마련, 경영 숨통을 터주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우선 각종 정책 사업에서만이라도 한전의 역할을 줄이고 대신 날로 쌓여만 가는 전력기금의 운영 유연성을 높여 정책사업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가 인상 요인 증가에도 국민에 인기 없는 전기료 조정에 손을 대지 않고 생색 낼 수 있는 각종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기금 활동 등 대책은 내버려둔 채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한전에 정책사업 부담만 지워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감사항이다.
전력기금은 국민과 기업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3.7%를 적립하는 기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돈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물론 대통령 공약 사항인 한전공대 설립·운영, 탈(脫)원전 정책 손실 비용 보상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력기금이 과다하게 쌓인 만큼 요율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이든지, 공적 사업 규모를 늘려 적절한 곳에 지출하든지, 개선이 필요하다"며 "재원을 꽉 쥔 채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져다 쓰는 건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라고 말했다.
전력기금은 ‘전력 산업의 기반조성 및 지속적 발전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매달 국민·기업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어 별도로 적립하는 기금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과징금도 전력기금에 포함된다. RPS 과징금은 RPS의무 발전사업자에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도록 의무화하고 이 공급 의무비율을 채우지 못한 경우 RPS의무 발전사업자에 지우는 것이다. 즉 RPS 과징금은 발전사업자가 당해 연도 RPS제도 내의 의무이행 실적 등을 평가해 기준 달성 여부에 따라 부과하게 된다.
◇ 한전, 재생에너지 확대·탄소중립 등 정책비용 부담 계속 증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RPS 정산 비용과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비용으로 총 4조2000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RPS 정산 비용은 약 4조원, ETS 비용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RPS 정산 비용으로 3조1905억원, ETS 비용 4323억원을 포함해 기후환경 비용으로 총 3조6228억원 지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는 이보다 약 5700억원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정부는 RPS제도로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데 이 비용은 한전에서 정산한다. 또 배출가스 감축을 관리하는 ETS 비용도 한전에서 부담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탄소배출권 제도를 운영하는 비용을 한전이 투입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올해 RPS 의무이행 비율을 12.5%로 올리겠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9%에서 3.5%포인트나 높였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신재생 발전 비중 확대,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초과 공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이 한전에는 재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전 외에도 전력기금은 원가 절감이 숙명인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중소 제조업 30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7.7%가 ‘전력기금 면제’를 꼽았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창업 제조업에 한해 면제해주고 있는 전력기금을 한시적으로 중소 제조업 전체로 확대해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 관계자는 "(요율 조정 등을 포함해) 전력기금 운용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에경연도 "공익성 기준 불명확"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력기금이 2029년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금을 과다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경연도 보고서에서 전력기금의 ‘공익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에경연은 "주요 선진국은 기금 목적인 공익성의 핵심으로 환경·형평성을 제시하고 부과금을 활용한 사업 프로그램도 이에 맞게 한정적이고 구체적이지만, 우리나라 전력기금은 공익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방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전기사업법의 전력기금 용도 가운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력산업과 관련한 중요 사업’이란 규정이 있는데, 이는 정부 결정에 따라 전력 산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 추가될 수 있을 정도로 탄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시행령만 고치면 전력기금 사용처를 국회 동의 없이 정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전력기금은 사실상 준조세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전력기금을 정책 수행 용도로 사용했다"며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전력기금 부담금 인하, 여유재원 규모 축소 등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차기 정부에서 기금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전력기금 요율을 낮춰 국민과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jj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