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안남성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비교할 수 있는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인수위에서 발표한 몇가지 굵직한 정책을 보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가동중 원전 18기 수명연장 등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핵심 정책들이 폐기되고, SMR(소형모듈원자로)이라고 일컬어지는 소형원전 기술 개발 투자가 대폭 증가될 전망이다. 또한 "경제성 개념이 전혀 고려 안된 공상 과학소설 같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의 탄소중립안도 크게 바뀔 것 같다. 탄소중립안이 발표될 때 많은 전문가들은 진영논리에 치우쳐 탈원전을 기본 전제로 기술의 경제성 평가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정책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는데, 기존 탄소중립안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면 개편되는 운명을 맞을 것 같다.
이런 에너지 정책의 표류를 보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끌고 갈 에너지 정책이 소수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 이제는 국가가 수립한 에너지 정책이나 다른 정책 등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에 대해 정책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디지털 기술의 혁신이나 발달 전망은 기존의 인식을 뛰어 넘는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의 디지털 시대 전력수요를 살펴보면 급증하는 전기 자동차, 그리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센터와 같은 디지털 경제를 지원하는 분야의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분야는 2030년이 되기 전에 전기 자동차로 전환이 되면서 전기 자동차 전력수요는 2050년에는 전력 수요가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맥킨지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5세대 이동통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게임 인터넷쇼핑, 자율주행,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같은 데이터 처리가 미래 디지털 산업 성장의 핵심 엔진이 되면서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데이터 센터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 400MW 규모의 발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래의 증가하는 디지털 경제 분야의 전력수요를 탄소증가 없이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앞으로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수요증가와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빌 게이츠는 원자력, 특히 소형 원전이 기후변화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워렌 버핏 회장과 같이 서부 와이오밍 주에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TWR(TravelingWaterReactor)차세대 소형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게이츠는 원자력에 대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언급하면서, 원자력은 트리마일 원전사고이후 미국에서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전무하였기 때문에 투자시 기술 혁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설계시 진보된 AI기술인 ‘딥러닝 GPT-3기술’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2.0’이 도입되면 컴퓨터의 빠른 계산 능력으로 지금 가동중인 원전에서 찾아내지 못한 사고가능성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무사고 원전을 설계하고 운전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원전 기술이 개발되면 원전의 안전성이 기존의 원전보다 100배 정도 향상되고, 20∼30년 장기적으로 계속 운전이 가능해 원전의 아킬레스건인 사용후 핵연료 양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연소시켜 중저준위 폐기물로 변환시킬 수 있어 미래 원전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꿈의 원자로’가 개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로운 원전 개발이 시작될 경우 원전이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앞으로 개발될 소형원전은 기존 원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 창조와 획득을 고려해야 한다.
제조업은 그동안 단순한 물리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이제는 모든 관련 제품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되어 서비스 산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원자력 산업도 이러한 제조업의 메가 트렌드를 고려하여 단순히 전력만을 생산하는 기존의 산업에서 이제는 AI와 블록체인, 로봇 등 플랫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더 경제적이고 안전한 기술로 전환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이 소형원전의 기술개발 시기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 시작될 소형 원전 설계에서부터 AI, 3D프린터 등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단순한 설계, 저비용, 그리고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설계의 유연성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프로그램의 성공에는 우주선의 재활용을 이용한 저비용 구조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소형 원전 기술개발에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면 원자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꿈의 원전을 향한 원전 산업계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