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AT&T 과세 이슈에...삼성·NH·신한금투 "억울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에 투자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AT&T의 자회사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면서 받은 주식의 과세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 없던 배당방식이라 과세당국의 해석이 없어 각 증권사별로 다른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는 과세 지침대로 법률 자문을 거쳐 세금을 부과한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증권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AT&T 투자자들은 지난달 14~15일 AT&T 1주에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라는 신설 상장 주식 0.24주를 지급받았다.

해당 주식은 AT&T가 지난달 8일 비상장 미디어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스핀코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받게 된 주식이다. 워너미디어는 AT&T에서 분리돼 디스커버리에 인수됐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지난달 43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합병 계약을 완료하고, 신설회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를 출범시켰다.

AT&T는 주주들에게 배당기준일인 지난달 5일 이후 워너미디어스핀코 주식을 지급했다. 이어 지난달 8일 스핀코가 디스커버리와 합병하하면서 1대1 비율로 WBD 주식을 받았다. 지난달 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AT&T 투자금액은 2억3975만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WBD 주식을 입고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다른 세금을 적용함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졌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는 WBD 시가(24.07달러)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AT&T 1000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세금 890달러(약 110만원)가 부과됐다. 이들 증권사는 "법률 자문을 통해 투자자들이 AT&T에서 스핀코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것을 현물배당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AT&T 주식 수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별도 법인인 스핀코 주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단순 분할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확한 과세 지침이 없는 경우 전문기관인 법무법인 등의 복수 검증을 거쳐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게 이들 증권사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은 WBD 액면가(0.0056달러)의 15.4%를 세금으로 징수했다. 사실상 0원이다. 해외주식의 주식 배당은 ‘배당 주식 수×액면가액’으로 배당소득을 산정한 것이다.

대신증권을 비롯한 다른 증권사는 아예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이들 증권사는 워너미디어스핀코와 디스커버리 합병 직후 권리락으로 AT&T 주가가 22% 급락해 WBD 주식 취득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배당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국내 증권사들이 같은 이슈를 놓고 다른 세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3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국세청에서 WBD의 시가로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증권사들도 동일하게 투자자들에게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세청은 이번 사안이 주식 지급과 분할, 합병이 연달아 일어나는 등 기존 사례와 다른 점이 많아 종합적인 검토 과정을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